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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265

지금 이 시간 지금 이 시간이 허전한 것은 길가의 가로수가 옷을 벗어서 지금 이 시간이 스산한 것은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어서 지금 이 시간이 외로운 것은 고독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지금 이 시간이 씁쓸한 것은 소중했던 추억이 지워지고 있어서 2023. 11. 1.
음유시인 이동원 11월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가수(歌手)가 있다. 1970년 데뷔해서 시(詩)를 노래하는 음유시인(吟遊詩人)으로 불렸던 고(故) 이동원 씨다. 그는 대중음악(大衆音樂)과 클래식 음악(classic音樂)의 협업(協業)에 물꼬를 튼 선구자(先驅者)이기도 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김희갑 씨가 작곡했고 1989년 테너 박인수 씨와 함께 불러서 국민 애창곡(國民愛唱曲)이 되었던 노래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서정적(抒情的)인 곡(曲)을 기타와 피아노 선율(旋律)에 맞춰 노래했던 이동원 씨는 고은(高銀) 시인 (詩人)이 쓰고 김민기 씨가 작곡한 '가을편지'를 노래했고, 명곡(名曲) '세월이 가면'을 부르기도 했다. '가을편지'와 '세.. 2023. 10. 26.
몽니 어렸을 적 고향 친구 중에 '몽니쟁이'가 있었다. 녀석이 얼마나 심술궂었는가 하면 또래 여자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돌멩이나 흙덩이를 던져서 머리나 얼굴에 상처를 내기도 했고, 고무줄놀이를 하면 끊고 도망가거나 지푸라기에 개똥을 싸와서 던졌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면 개구리를 넣기도 했던 '몽구'라는 별명(別名)으로 불리던 악동(惡童)이었다. 여름날 밤이면 식수(食水)로 사용하는 마을 공동우물에 발가벗고 들어가서 목욕을 했고, 남의 텃밭에 열려있는 오이, 참외는 자기네 것인 양 따 먹었으며, 밭두렁에 있는 호박을 발로 밟아 놓거나 낫으로 찍어서 못쓰게 하는 등 온갖 말썽을 부리는 탓에 마을 어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천하(天下)에 둘도 없는 '몽니쟁이'였다. 남이 잘되는 것에 배가 아파서 심술을 .. 2023. 10. 8.
It's back 10월 3일(화요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TV앞에 앉아있는데 전화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10월 2일(월요일) 아침 Mission Peak에서 만났던 중국인(中國人) 친구 Freddy이다. 'It's back'이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화요일에도 미션픽을 올라갔는지 정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내온 것이다. 4명의 미국인들이 잘려나간 Mission Peak Pole을 복구하고 있는 사진이다. 확대해서 보니 새로운 기둥을 만들어왔는지 아니면 도둑맞았던 Pole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모습과 달라진 것 없는 Pole을 두 사람이 커다란 종이로 가리고 있고 다리만 보이는 사람이 용접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들의 복장을 보니 EBRPD(East Bay Regional Park Distr.. 2023. 10. 5.
그저 그런 일상(日常) 나이 탓인지 생활에 변화가 없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日常)이다. 어딘가를 가고 싶지도 않고 긴 시간을 운전하는 것도 싫다. 2016년 존뮤어트레일을 같이 걸었던 Sacramento 이사장은 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면서 그래도 어딘가를 가야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매주 두 번씩 오르는 Mission Peak에서 자주 만나는 같은 또래의 백인, 중국인, 월남인들에게 너희들은 집에서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냐고 물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나처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새로운 곳 어딘가를 찾아 긴 시간을 운전해서 가는 것도 싫고 일주일에 한두 번 미션픽을 오르고 와이프와 같이 식생활 용품을 사러 가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 10년.. 2023. 9. 16.
엄니의 손 손을 오므리고 곤히 주무시는 엄니의 손가락을 살며시 펴보았다 사포(沙布)처럼 거친 손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의 흔적만 남아있다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한 살 연상이었던 농부의 아내가 되어서 혹시라도 잘못될까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시며 앞세운 자식 없이 7남매를 키우신 우리 엄니 당신을 위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대바구니 옆에 끼고 호미 한 자루 손에 쥐고 밭으로 나가 농사일만 하시다가 낡은 옷 몇 벌과 닳은 신발을 남겨놓고 서럽고 고단했던 일생을 마감하셨다. 2023. 8. 26.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천운(天運)을 타고났거나 때를 잘 만나서 자신의 역량(力量)을 마음껏 펼치며 두각(頭角)을 나타내는 인물(人物​)을 우리는 풍운아(風雲兒)라고 한다. 비슷한 말 같지만 뜻이 전혀 다른 풍운지회(風雲之會)라는 한자성어(漢字成語)가 있다. 훌륭한 임금(明君)과 어진 신하(賢臣)의 만남을 뜻하는 말로 이런 결합(結合)은 선정(善政)으로 이어져 백성(百姓)은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게 된다. 풍운지회(風雲之會)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촉(蜀)의 유비(劉備)와 제갈량(諸葛亮)의 만남이다. 그리고 고대(古代) 중국(中國) 주(周) 나라 문왕(文王)과 강태공(姜太公), 조선시대(朝鮮時代) 명군(明君) 정조대왕(正祖大王)과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만남이 있다. 정조(正.. 2023. 8. 15.
젊음은 어디로 간 것인가 거울 속에 있는 얼굴이 낯설다 까맣던 머리는 파뿌리가 되었고 검버섯 핀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다. 부모형제 없는 외로움을 뒤로하고 쉼 없이 달려온 수 십 년의 세월 낯선 이국땅에 내 인생을 묻었다. 내가 아닌 낯선 얼굴이 거울 속에 있다 외롭고 고단했던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아, 내 젊음은 어디로 간 것인가? 쓰러진 고목에도 새 생명이 돋는데 가버린 내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2023. 8. 13.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봄, 여름에 흘린 땀보다 작고 소박한 수확을 거둔다 해도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겨울의 삶이 풍족하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이 여름이 어서 가고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우리의 사랑이 끝난다 해도 내일부터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2023. 8. 8.
살아있음에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두 발로 걸어서 산을 오르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다니고.. 겨울 추위에 움츠러 있다 봄의 햇살에 피는 꽃처럼 작고 소박한 꿈을 갖고 사는 것 살아있음에 가능한 일이다. 2023. 8. 1.
명복을 빈다 너의 흔적을 찾으러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우짖는 풀벌레 소리는 다정했던 너의 목소리 불어오는 바람은 포근한 너의 숨결 흔들리는 나무는 작은 소망을 담은 너의 몸짓 뒹구는 나뭇잎은 좌절된 너의 꿈 가던 길을 멈춘다 그리고..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서이초등학교 젊은 선생님을 추모하며.. 2023. 7. 22.
신뢰를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 사람의 관계는 신뢰에서 시작되고 신뢰를 잃으면 사람을 잃게 된다 신뢰를 잃어 몇 사람이 떠난다고 인생에 금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잃었던 몇 사람은 몇십 명, 몇백 명이 된다 사소한 일에도 신뢰를 잃지 않고 작은 선의에도 고마움을 느끼고 배려하고 아끼고 신의를 지킨다면 사람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23. 7. 20.
사랑 받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웃음에 인색하지 않으며 열려있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함부로 조언을 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할 줄 알며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람을 대한다. 2023. 7. 11.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멀리서 행복을 찾지 마라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좋은 차를 타고 명품을 걸쳤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를 쌓았다고 행복한 인생도 아니다. 화단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도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도 행복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는 것도 행복이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잡을 수 없는 신기루도 아니다.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과 살아있어 움직일 수 있는 그것이 행복이다. 2023. 7. 7.
그 길 늘 다니는 그 길인데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르다. 머물렀던 사람이 그 길로 떠나면 떠났던 사람은 다시 그 길로 돌아온다. 낡은 생명이 그 길을 떠나면 새로운 생명이 그 길에서 태어난다. 모자란 것을 그 길에서 채우면 가득 채운 것들이 그 길에서 비워지고, 비워진 것을 채우려 다시 그 길을 간다. 2023.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