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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오죽하면

by 캘리 나그네 2025. 2. 6.

 

2024년 12월 3일 밤, 윤술통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국무회의서 "오죽하면 내가 이런 결정을 했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의 의미는 인내심의 한계를 벗어나게 하는, 통상적(通常的) 관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를 지나치게 했을 때 대응 한 것을 표현하는 형용사(形容詞)로 '오죽하면 술 먹은 개라고 할까' '오죽하면 그랬을까' 등으로 말한다.

 

한국사(韓國史) 일타강사 전한길이 윤술통의 탄핵반대를 외치면서 태극기 부대를 대체(代替)하는 보수세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탄핵반대 집회에서 했던 '오죽하면'의 연설은 일타 강사답게 전달력(傳達力)과 설득력(說得力)이 있었고, 거침없고 논리(論理) 있는 언변은 보수층의 새로운 스피커(new speaker)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열변을 토하는 그의 영상을 보면서 과거 진보층(進步層) 스피커로 불렸던 유시민을 떠올려 봤다. 유시민도 전한길 못지않게 전달력과 설득력이 뛰어났고 막힘없는 언변으로 오랫동안 스타 평론가(評論家)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다. 내가 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논리(論理) 정연한 말솜씨를 갖고 있지만 내뱉는 발언에는 오류(誤謬)가 있었다.

 

전한길이 주장했던 부정 선거는 우파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전제(前提)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그가 부정 선거를 입에 올릴 때마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오류가 된다. 유시민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확신으로 이재명은 오점(汚點)이 없는 사람인데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논조(論調)를 펼치면서 패륜잡범을 찬양, 칭송하며 혹세무민 하고 있다.

 

전한길의 등장으로 이재명을 추앙(推仰)하는 좌파 유투버들의 일방적인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전한길은 좌파 스피커들에 대한 강력한 대항마(對抗馬) 역할을 하면서 보수층을 대변할 것이고, 극우 세력은 그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眞僞與否)는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응원할 것이다. 최근에 전한길이 운영하는 유튜브 구독자가 급증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좌파 유투버들의 허황된 말과 유시민의 궤변에 진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손뼉 치고 환호하는 이재명 지지자들과 전한길에 열광하며 윤술통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보수층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같은 선상(線上)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좌파는 '전한길? 걔가 누군데?' 우파는 '너희에게 유시민 있어? 우리에겐 전한길이 있다'라며 맞짱을 불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시각에서 보는 전한길, 유시민 두 사람의 차이점은 진정성에 있다. 전한길의 발언에서는 좌우 정파를 떠나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유시민의 발언은 오로지 이재명 찬양으로 일관하는 탓에 진영 논리에 기반한 정략적 성격이 다분하다. 중도층의 눈에도 전한길이 유시민보다 진정성 있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확언할 수는 없다.

 

전한길의 '오죽하면'은 중도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중도층을 흡수할 것이다. 중도층 확장력이 미미한 이재명에겐 불리한 변수다. 몇 건의 재판 때문에 법정 출입하기에도 바쁜 이재명이 대통령이라도 된 듯 은행장들을 소집하여 거들먹거리기도 했지만, 전한길의 등장은 자신의 살과 뼈를 발라내는 발골(拔骨)의 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침 산책길에서 본 닭 한 쌍이 닭대가리 지능을 가진 여야 정치꾼들을 비웃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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