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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259

꽃이면 된다-김승기 잘났다 못났다 따지지 마라 어떻게 피고 지는지 묻지도 마라 너만을 향해 웃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냥 꽃이면 된다  바람에 흔들리고비에 젖어도늘 거기서 그렇게 피었다 지는꽃이면 된다 무엇이 되어줄까어떤 의미를 두어 부르지 마라얼마큼 준다 받는다 재지도 마라눈물도 웃음도 말하지 마라그냥 꽃이면 된다 외롭고 그리울 때그저 마주볼 수 있는바라만 볼 수 있어도 좋은꽃이면 된다 2025. 4. 2.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리이고 우리가 살만큼 살다가 갈 곳이 어디인가를 소리 없는 소리로 깨우쳐줄 것이다.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열린푸른 하늘도 한번쯤 쳐다봐라.산마루에 걸린 구름 숲 속에 서린 안개에 눈을 줘보라.그리고 시냇가에 가서 맑게 흐르는시냇물에 발을 담가보라. 차고 부드러운 그 흐름을 통해더덕더덕 끼여 있는 먼지와 번뇌와 망상도 함께말끔히 씻겨질 것이다.  -법정 스님- 2025. 3. 26.
운명 교향곡-정연복 오늘의 삶이 어떠하든지 매일 교향곡을 쓰자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느낌 있는 곡을 만들어가자.  가없는 하늘에 흘러가는 한 점 구름같이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 인생길.  세상 어느 누구의 생이라도 눈물겹게 아름답고 가만히 귀 기울이면 한 편의 가슴 울리는 운명 교향곡이다. 2025. 3. 5.
환승역에서-김훈영 만남과 헤어짐이 저토록 분명하게 길을 알려주는 화살표만 같다면 구원의 손을 내밀 듯 갈아타는 곳을 정하여 주기만 한다면 오르고 내리고 꺾어져도 잘 못 살아온 생이라고 서둘러 밖으로 몸을 뺄 일 없겠다 조금 전 타고 온 열차는 과거로 가고 새로운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긴 터널을 지나오며 생각을 물어뜯었다 바꿔 타지 못한 그리움 너는 1호선에 몸을 싣고 나는 4호선에 올라야 하는데 기억 마르기도 전 열차는 눅눅한 바람을 앞 세우고 벌써 달려오고 있다 2025. 2. 13.
2월에는-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 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2025. 2. 4.
겨울 아침-오세영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했던가. 비록 강퍅한 시대와 맞서 서릿발 사나운 동토로 내몰렸다고 하나 의식은 추의와 고독의 절정에서 가장 명징하게 맑아질지니 이성이 빙벽의 불타는 이마에서 반짝 빛나는 이 겨울 아침에 일어나 나는 먼저 시를 쓰리라. 밤새 하얗게 내리는 눈밭에서 종종거리는 산새들의 그 정갈한 발놀림. 2025. 1. 29.
삶과 인생-유지나 삶이 시련을 주는 것은 당신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신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삶이 고난을 주는 것은 당신을 단련하기 위함이다  인생이 쉽지 않은 것은 당신을 겸손하게 하기 위함이다  세월이 말없이 흐르는 것은 당신을 늘 새롭게 하기 위함이다  삶이 아픔을 주고 인생이 힘들게 하는 것은 당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인생은 매 순간이 선물입니다 나쁜 선물은 공부가 되고 좋은 선물은 감사가 됩니다 2025. 1. 20.
가장 넓은 길-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2025. 1. 17.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법정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 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2025. 1. 8.
12월의 뒷모습 -박우복 부르는 날에 찾아와서 보내는 날에 떠난다면 아쉽지는 않을 텐데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고 보내지 않아도 떠나가는 야속함에 젖어  가만히 뒷모습을 바라보면 쓸쓸함이 길게 늘어져 있다  꺾어진 갈대의 마디처럼 첫눈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2024. 12. 24.
오늘을 위한 기도-이채 칭찬에 기뻐하기보다 충고에 귀 기울이는 마음가짐으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꿈꾸며 내 안의 물살을 조율할 줄 아는 성숙한 오늘이 되게 하소서 거짓과 진실은 당장은 구분하기 어려워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흑과 백이 드러나게 됨을, 하여 늘 곧고 정직한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목소리는 작게,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생각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소리와 소음을 가릴 줄 알게 하소서 비록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묵묵히 기다리며 해답을 구하는 여유와 직접 보고 듣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속단하지 않기를 현명한 귀와 어진 입을 갖게 하소서 오만과 편견이 이웃과 벗을 멀게 하고 집착과 아집이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부디 깨닫게 하소서 2024. 12. 17.
절망 뒤에 희망-정연복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나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싶다. 하늘이 무너진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앞으로도 결코 없을 테니  아무리 깊은 절망에도 맥없이 무릎 꿇지 말자. 먹구름 뒤의 밝은 태양같이 절망 뒤에 희망 있으리니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싹은 살아 움트리니. 2024. 12. 11.
첫눈-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오늘도 기도하는새의 손등 위에 내린 2024. 11. 29.
가을 노트-문정희 그래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에는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2024. 11. 21.
좀 걸어 보는 일-황형철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끼니를 챙기듯 긴요한 일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헐떡이며 지나가는 숨 가쁜 도심에서 우직하게 걸어 보겠다는 것은  지렁이도 달팽이도 자기 길 열심히 가는 매진과 마주하는 산뜻한 발견의 일  어쩌다 마주한 능소화 앞에서 슬쩍 담을 넘보기도 하고  혼잣말 엿듣는 참새 떼와 자꾸 뒤를 따라오는 꼬리구름에게 핀잔을 주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것들에게 곁도 내주고 고요히 깊어지는  별것도 아니지만 진짜 별도 볼 수 있는 좀 걸어 보는 일  2024년 11월 7일 미션픽 아침 ↑ ↓ 2024.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