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257 겨울 아침-오세영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했던가. 비록 강퍅한 시대와 맞서 서릿발 사나운 동토로 내몰렸다고 하나 의식은 추의와 고독의 절정에서 가장 명징하게 맑아질지니 이성이 빙벽의 불타는 이마에서 반짝 빛나는 이 겨울 아침에 일어나 나는 먼저 시를 쓰리라. 밤새 하얗게 내리는 눈밭에서 종종거리는 산새들의 그 정갈한 발놀림. 2025. 1. 29. 삶과 인생-유지나 삶이 시련을 주는 것은 당신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신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삶이 고난을 주는 것은 당신을 단련하기 위함이다 인생이 쉽지 않은 것은 당신을 겸손하게 하기 위함이다 세월이 말없이 흐르는 것은 당신을 늘 새롭게 하기 위함이다 삶이 아픔을 주고 인생이 힘들게 하는 것은 당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인생은 매 순간이 선물입니다 나쁜 선물은 공부가 되고 좋은 선물은 감사가 됩니다 2025. 1. 20. 가장 넓은 길-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2025. 1. 17.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법정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 보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나는 기가 죽지 않는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2025. 1. 8. 12월의 뒷모습 -박우복 부르는 날에 찾아와서 보내는 날에 떠난다면 아쉽지는 않을 텐데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고 보내지 않아도 떠나가는 야속함에 젖어 가만히 뒷모습을 바라보면 쓸쓸함이 길게 늘어져 있다 꺾어진 갈대의 마디처럼 첫눈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2024. 12. 24. 오늘을 위한 기도-이채 칭찬에 기뻐하기보다 충고에 귀 기울이는 마음가짐으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나를 꿈꾸며 내 안의 물살을 조율할 줄 아는 성숙한 오늘이 되게 하소서 거짓과 진실은 당장은 구분하기 어려워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흑과 백이 드러나게 됨을, 하여 늘 곧고 정직한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목소리는 작게,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생각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소리와 소음을 가릴 줄 알게 하소서 비록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묵묵히 기다리며 해답을 구하는 여유와 직접 보고 듣지 않을 것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속단하지 않기를 현명한 귀와 어진 입을 갖게 하소서 오만과 편견이 이웃과 벗을 멀게 하고 집착과 아집이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부디 깨닫게 하소서 2024. 12. 17. 절망 뒤에 희망-정연복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나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싶다. 하늘이 무너진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앞으로도 결코 없을 테니 아무리 깊은 절망에도 맥없이 무릎 꿇지 말자. 먹구름 뒤의 밝은 태양같이 절망 뒤에 희망 있으리니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싹은 살아 움트리니. 2024. 12. 11. 첫눈-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오늘도 기도하는새의 손등 위에 내린 2024. 11. 29. 가을 노트-문정희 그래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에는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2024. 11. 21. 좀 걸어 보는 일-황형철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끼니를 챙기듯 긴요한 일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헐떡이며 지나가는 숨 가쁜 도심에서 우직하게 걸어 보겠다는 것은 지렁이도 달팽이도 자기 길 열심히 가는 매진과 마주하는 산뜻한 발견의 일 어쩌다 마주한 능소화 앞에서 슬쩍 담을 넘보기도 하고 혼잣말 엿듣는 참새 떼와 자꾸 뒤를 따라오는 꼬리구름에게 핀잔을 주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것들에게 곁도 내주고 고요히 깊어지는 별것도 아니지만 진짜 별도 볼 수 있는 좀 걸어 보는 일 2024년 11월 7일 미션픽 아침 ↑ ↓ 2024. 11. 8. 동행-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난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 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2024. 10. 22. 사랑 그 그리움-최수월 무참히 짓누르는 아픔 견디다, 견디다 못해 때론 잊어 볼까도 했지만 가슴에서 지운다는 건 이별보다 더 잔인한 것을 기다림의 고독 속으로 또 하루가 무심히 기울고 내일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 아래 모래시계 그리움일 테지만 그리워할 수 있는 한 가슴은 아픔보다 행복이 먼저라고 사랑했으므로 그 아픔까지 사랑하기에 오늘도 습관처럼 그리워 그대 창가 서성거리는 것을 2024. 10. 16. 석산-박수용 빛과 그늘 사이꽃과 잎이 닿지 않아한 줄기에 두 마음이 산다 허공에 틔운 손쉬이 달리지 못해끌어당겨도 와닿지 않는 빛 못 이운 초야발그레한 볼마다붉은 기다림 꽃대 야위어 긴 목 날리니잎 그리는 춤사위당신을 물들이고 있다 글보기 ☞ 석산(꽃무릇) 2024. 10. 4. 있는 그대로-이현주 눈앞에 있는 것들을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다가오는 것들을오는 그대로 맞아들이기 떠나가는 것들을가는 그대로 떠나보내기 얼마나 쉬운 일인가?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2024. 9. 20. 사랑한다는 것은-이상윤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사는 일이 아니다 긴긴 세월을 모난 돌로 태어나 나의 살을 깎는 일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눈부신 봄날처럼 다가오는 일이 아니다 새순 같은 눈으로 바람 부는 세월을 지나 겨울 강 하나 건너는 일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만나고 만나서 하나 되는 일이 아니다 인연이란 이름의 그리움 하나 안고 내가 너의 길이 되어 가는 일 그것이 사랑이다 날마다 꽃잎 하나 떨어지는 두려움으로 내가 사는 일이다 2024. 9. 1.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