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893 물안개-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2026. 7. 5.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다 어릴 적 고향에서 가난한 삶을 비관하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고 한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은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라고 다독여 주셨다. 가진 것 없는 고달픈 삶이어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귀하다는 생명 철학이 담긴 위로였다. 요즘은 작은 좌절에도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뉴스를 보는 게 꺼려진다. 그들의 삶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착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고되고 팍팍한 현실을 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다. 지금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거창한 성취나 대단한 행복이 아니다.. 2026. 7. 3. 석양-정연복 막 서산마루 넘어가는 햇살 아침햇살보다도 더 눈부시다. 제 몸에 남은 빛 아낌없이 주고 가려는 마음이 하도 간절해서 그런가보다. 이 땅에서의 나그네 여행이 끝날 때 한순간 내게서도 밝은 빛이 날 수 있을까. 2026. 7. 1. 호주 능소화 호주 Queensland 주(州) 중동부에서 New South Wales 주(州) 북부 해안에 이르는 아열대 우림 지역이 원산지로 열대 및 아열대 우림의 하층(understory)에서 자란다. 주변의 큰 나무나 바위, 울타리 등을 감고 위로 기어오르며, 따뜻하고 습도가 적당한 배수가 잘되는 환경을 좋아한다. 덩굴식물로 학명은 'Pandorea jasminoides Alba', 또는 'Lady Di'. 영어 이름은 'White Bower Vine', 'Bower Climber', 'Bower of Beauty', 한국에서는 '호주 능소화', '하얀 능소화'로 부른다. 판도레아(Pandorea)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세상에 보낸 최초의 여성 '판도라(Pandora)'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리스어로 .. 2026. 6. 29. 꽃과 꽃 사이-조은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과 꽃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도드라지게 아름다운 꽃들은 그 거리가 한결 절묘하다 꽃과 꽃 사이 꿀벌이 난다 안개가 피어오른다 해와 달의 손길이 지나간다 바람이 살얼음을 걷으며 분다 향기가 어둠의 계단을 반짝이며 뛰어 오르내린다 봉긋해지는 열매들은 서로의 거리를 앙큼하게 좁힌다 2026. 6. 28. 한동훈에게서 노무현을 읽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했던 나는 정치인을 평가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참여정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그는 노무현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런데 2026년 6월 3일, 부산 북구 갑 보궐선거에서 노무현을 보았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배려심과 소탈함,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퇴임 후 봉하 마을을 찾은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막걸리 잔을 나누던 강강약약(強強弱弱)의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렸다. 강강약약,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세상의 생리는 강자에게 엎드리고 약자를 밟고 올라서는 강약약강(強弱弱強)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의원을 규정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스마트함’과 ‘논.. 2026. 6. 26. 미국 능소화 아침 산책길, 어느 집 담장에 화사하게 핀 능소화다. 여름을 대표하는 덩굴식물 능소화는 과거 조선시대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불렀다. 학명: Campsis grandiflora. 영어권에서는 꽃이 트럼펫을 닮았다고 하여 'Trumpet Vine' 또는 'Trumpet Creeper'라고 부른다. 사진의 꽃은 북미지역에서 재배되는 '미국능소화'지만, 원래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지다. 주요 서식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며,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곳을 좋아한다. 덩굴성 목본식물이기 때문에 사진에서 처럼 담장, 벽, 고목 등을 타고 올라가며 자란다. 개화기는 보통 6월 말에서 8월 말까지로 여름 내내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한.. 2026. 6. 26. 짧은 시간을 길게 만드는 그리움-윤수천 내 마음속의 그리움을 살짝 꺼내서 길게 늘어뜨리면 어디까지 가 닿을까 은하수에라도 가 닿으면 작은 배를 띄우고 목청껏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속에서 만드는 우리의 그리움 그리움으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애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그리움의 길이는 도대체 어느 만큼일까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2026. 6. 24. 10년의 동행 우리 곁에 있었던 너의 10년 내겐 매 순간이 행복이었다. 네가 간지 두 해가 되었건만 아직도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무심코 고개 돌려 너를 찾는다. 네가 머물렀던 그 자리에는 지금도 짙은 그리움이 남아있어 너의 발자취와 사진 옆에 활짝 핀 몇 송이 꽃을 꽂았다.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마음껏 뛰어놀아라 너와 내가 다시 만나는 날 예전처럼 꼬리 치며 마중 나오렴. 보고 싶다 체리야. 잊지 않고 너를 기억하고 있을게. 2026. 6. 22. 기둥선인장 아침 산책 길에 기둥선인장 꽃이 활짝 피어있는 Mr. Martinez 집 앞을 지나간다. 미국 애리조나 주 Saguaro National Park에 있는 선인장과 많이 닮았지만, 성장 속도가 조금 더 빠르고 꽃의 형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명칭은 아르헨티나 기둥선인장. 영문 이름: Argentine Saguaro. 학명: Trichocereus terscheckii. 화려한 모습을 짧은 시간만 보여주기에 꽃말은 애틋하면서도 강렬한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 한 번뿐인 사랑', '열정', '밤의 매혹'이다. 주 서식지는 남미 아르헨티나 북서부 안데스산맥, 해발 500m~1,500m에 이르는 볼리비아 지역과 건조한 사막, 관목림 지대에서 자생한다. 가뭄에 강하고 약 -5°C 내외 영하에도 견딘다. 쭉.. 2026. 6. 20.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 "Timing is everything",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이다. 타이밍은 운이 아니다. 우리의 삶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 같은 능력, 같은 노력이라도 어느 상황, 언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도 타이밍에 따라 대박과 쪽박으로 갈린다. 들어갈 시기와 빠질 시기를 아는 사람이 가장 높은 효율을 낸다.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정치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는 찰나를 포착하는 타이밍 싸움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갈 줄 알고, 제때 빠질 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탁월한 정치인은 타이밍을 잡을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몰락을 자초한 인물들도 있다. 1990년대 민주당의 한 축을 이끌었던 이기택 총재.. 2026. 6. 18. 수박을 나누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참 짧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하루 해는 길기만 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방황하던 날들이었다. 외로움에 지쳐 있던 그 시절의 하루는 어찌나 더디게 가던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긴 시간을 홀로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이 외로움을 어찌 견딜까' 중얼거리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바쁘게 살면 외로움이 덜할까 싶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황혼 길에 접어들었고, 예전과 다르게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지만, 모든 걸 내려놔서인지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길었던 외로움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지나온 내 삶이 마음에 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야속하게.. 2026. 6. 16. 메꽃(Field Bindweed) 어렸을 적 고향의 밭두렁이나 나지막한 야산 풀밭에서 메꽃의 뿌리를 캐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한여름 타는 듯한 가뭄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예쁘게 꽃을 피우는 메꽃의 하얗고 통통한 뿌리에는 녹말 성분이 풍부하여 과거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 구황작물로 알려져 있다.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메꽃의 학명은 Convolvulus arvensis, 한국에서는 '메꽃(밭메꽃)'이라고 부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바인위드(Bindweed)라고 한다. 영문명은 'Field Bindweed', 'Perennial Morning Glory'. 한해살이풀인 나팔꽃과 매우 비슷하지만, 메꽃은 땅속의 뿌리가 살아남아 매년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나팔꽃은 주로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낮엔 시들지만, 메꽃은 .. 2026. 6. 14. 나는 행복한 사람 물끄러미 바라보는 다정스러운 눈길,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귓전을 때리는 악의 없는 잔소리,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말없이 건네주는 달콤한 과일 한 접시,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현관문을 나설 때 '잘 다녀와요'라는 한마디,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2026. 6. 12. 여름날의 동행 하늘은 뜨거움을 쏟아내고 대지는 목마름에 쩍쩍 갈라진다. 바람마저 힘겹다고 헐떡거릴 뜨거운 여름 공기를 들이켜며 긴 시간 동안 우린 산을 올라왔다. 식성(食性)과 성격은 달라도 내 삶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괜찮아? 툭 던지는 한마디에 웃음 짓는 노년의 다정한 얼굴 뜨거운 햇살도 우리의 동행엔 길을 밝혀주는 조명일 뿐이다. 2026. 6. 10. 이전 1 2 3 4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