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는 글312 엄니의 4월 음력 삼월 삼짇날이 지난 4월의 봄 울타리 앞 무리 지어 있는 개나리는 앙증맞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허리 곳곳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홍자색(紅紫色) 진달래가 화려하다. 겨울을 피해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오고 부슬부슬 차가운 봄비 오는 날이면 엄니는 머리에 작은 수건을 두르시고 몸빼 바지 홑 겉적삼이 흠뻑 젖도록 집 앞 텃밭에 채소 모종을 하셨다. '엄니, 날 좋을 때 숭제 비 맞고 숭그요' '비 올 때 숭거야 안 죽고 잘 큰단다' ※ 숭거야: 심어야 2025년 4월 2일 작은 텃밭에 깻잎 모종을 옮겨심었다. 나는 울 엄니처럼 비를 맞으며 모종을 심지 않는다. 비가 갠 날 심어도 살 놈은 살아서 내 입을 즐겁게 할 것이고 죽을 놈은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5. 4. 4. 노년의 혼란 정(靜)의 껍질을 깨고 동(動)의 세계로 가기 위해 힘껏 신발 끈을 동여맨다 희망찬 봄의 소리를 들으려 무작정 어디라도 가는 것이다. 내겐 아직도 청춘의 낭만 같은 방랑벽이 남았는가 보다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있는 노년에 찾아온 혼란이다.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xUFNEv8U0rM 2025년 3월 27일 미션픽 아침 2025. 3. 31. 잔인한 봄 온갖 새들은 흥겹게 지저귀고 들꽃과 잡초(雜草) 한데 어우러져 푸르름이 당연시되던 2025년 봄이한순간에 사그라져 재가 되었다 허둥지둥하다 미처 챙기지 못한 짧은 줄에 묶여있던 바둑이는 울부짖다 하늘의 작은 별이 되었고 짙게 손때 묻은 모든 추억(追憶)은 잿빛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당연히 내려야 할 봄비도 오지 않은잔인(殘忍)하고 무자비 한 을사년 봄 화마(火魔)에 할퀴어 스러져 버린 한가롭고 평화롭던 그들의 일상(日常)누가 이 분들의 막막함을 헤아려줄까 유툽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yP_--8F7QmU 2025년 3월 24일, Dry Creek Pioneer Regional Park, 550 May Rd, Union City, CA 94587 2025. 3. 28. 봄날 같은 꿈 어디라도 대충 몸을 쪼그리고 휴식 같지 않은 휴식을 보냈을지도 거리의 벤치에서 다리를 뻗고 몸과 마음 편히 단잠에 빠진 그대 지금 꾸고 있는 꿈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꿈 봄날 같은 그대의 꿈을 응원합니다. 2025. 3. 24. 봄이 왔다 하루 종일 걸어도 말 걸어 주는 사람 없다. 길이 아닌 곳을 걸으면 눈치라도 줄 듯한데 나는 내 길을 너는 네 길을 간다. 누굴 탓하겠는가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을.. 세상인심 각박(刻薄) 해도 꽃 피는 봄이 왔다. 2025. 3. 19.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 윤석열 구속 취소 후 우파(右派) 유투버들이 패륜잡범 이재명의 몰락(沒落)을 예언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예언 또한 좌파(左派) 유투버들과 더불당이 써먹고 있는 음모론(陰謀論)처럼 억측(臆測)과 적개심(敵愾心)을 담았다. 우리 사회는 좌우 사방으로 음모론이 가득하다. 언제부터 음모론의 늪에 빠진 사회가 된 것일까?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기억이 없듯 그 시점(時點)을 정확하게 꼽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모든 음모론이 그럴듯하고 한편으론 재미도 있다. 나처럼 범죄(犯罪) 백과사전 이재명을 지극히 혐오(嫌惡)하는 사람들에겐 우파 유투버들의 음모론이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마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성적(理性的) 논리보다 음모론에 지배당하는 사회는.. 2025. 3. 17. 꽃은 사랑이어라 피고 지고 피는 꽃은 사랑이어라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무덤가 할미꽃도 길가에 웅크려 핀 이름 모를 들꽃도 풀피리 꺾어 불던 향기 없는 풀꽃도 내리는 봄비에 스러지는 화려한 벚꽃도 달빛을 머금은 듯 처연(凄然) 한 배꽃도 함초롬히 마당에 핀 일편단심 민들레도 벌 나비 넘나드는 풍성한 호박 꽃도 소월 시인이 노래한 영변 약산 진달래도 낮은 울타리를 대신하는 노란 개나리도 그 향기에 취하던 교정의 아카시아꽃도 장독대 밑 앙증맞게 핀 키 작은 채송화도 작고 여린 소녀의 손톱을 예쁘게 물들이던 울 밑 서러웁게 처량한 붉은 봉선화도 피고 지고 다시 피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도꽃은 보고 또 볼 수록 애틋한 사랑이어라 2025. 3. 15. 나라가 사는 길 윤술통이 석방되고 며칠이 지나 재판부의 설명자료 전문(全文)을 자세히 읽어봤다. 구속취소 설명문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재명과 더불당이 주장하는 말장난에 속아 법원이 몇 시간의 기소 시간을 놓쳤다는 이유만으로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 것으로 오해할 뻔했지만 재판부의 설명문에는 '시간에 맞춰 기소가 이뤄졌어도 구속 취소의 사유가 인정된다'라고 기재했다. 설명문의 핵심은 두 가지다. 구속기간은 물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범위에 대한 쟁점(爭點)이다. 윤술통 측 변호인들이 제기한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는 주장에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인정했고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기간을 나누어 사용한 것과 신병인치(身柄引致) 절차 생략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 2025. 3. 12. 묶어두고 싶은 봄 지나간 세월의 봄보다 찾아올 미래(未來)의 봄이 훨씬 적게 남아있다 짧게 남은 삶의 여정(旅程)에서 꽃 피고 종다리 우짖는 봄을 몇 번쯤 맞이할 수 있으려나 찾아오는 봄이 달갑지 않지만 떠나는 봄은 늘 아쉬움이다 들꽃 향기 가득한 오늘의 봄이 내 곁을 스쳐가지 못하게끔 굵은 밧줄로 칭칭 감아 코뚜레를 꿰어 묶어두고 싶다 2025. 3. 8. 겨울 허물을 벗자 봄과 겨울의 교차점(交叉點)에서 아지랑이는 스멀스멀 춤을 추고 따스한 봄의 입김은 나를 유혹한다. 겨우내 몸뚱이를 꽁꽁 싸맸던 두터운 겨울의 허물을 벗자. 꽃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며 싱그럽고 새로운 봄의 향연을 시작한다. 짧고 간결한 나의 아침기도(祈禱)는 길었던 겨울을 무사히 넘기게 해 줌에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또 한다. 봄이다. 움츠렸던 겨울의 허물을 벗자. 2025. 3. 1. 의리와 정의 정의(正義)를 말할 땐 기울지 않은 중간이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의는 정의가 아닌 불의(不義)이기 때문이다. 의리(義理)를 말할 땐 편들지 않아야 한다. 친하다고 편드는 의리는 의리가 아닌 맹종(盲從)이기 때문이다. 2025. 2. 28. 외로움 외로움이란 작고 뾰족한 바늘은 쉼 없이 나를 찌르고 괴롭혔는데 나는 지금껏 참고 견디며 살았다. 외로움이 이토록 아픈 줄 알았다면 정들었던 곳을 떠나오던 그 시간에 오감(五感)의 뜨거운 심장(心臟)을 미련 없이 떼어냈어야 했던 것을.. 젊음은 봄날의 바람처럼 스쳐 갔건만 바둥거리며 힘겹게 살아온 내 인생은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외로움이란 바늘로 나를 찌르기만 했다. 2025. 2. 22. 골목길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대문을 나서면 골목길이다. 다른 길로 꺾어 접어들어도 또다시 좁은 골목길이다. 개가 짖어대는 골목길을 걸으며 고단한 하루를 시작한다. 어둠이 깔린 버스 정류장 앞 골목길 초입엔 포장마차가 있다. 양푼에 담긴 홍합을 안주 삼아 차가운 소주 한 병을 들이켠다. 백열등 켜진 골목을 걸으며 힘겨웠던 하루를 마감한다. 그렇게 골목길은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는 길이었다. 2025. 2. 19. 고독(孤獨) 어느 날 내 품에 파고들어 쉼 없이 나를 옭아매 회한(悔恨)과 눈물을 주더니 지금은 그 흔적(痕跡) 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긴 세월을 함께했다. 유툽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aI0F-Ol7QqY 2025. 2. 16. 자발없다 한문 공부를 하던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저녁식사 후 호롱불을 켠 사랑방에서 한문 책을 읽다 마을 친구들과 방귀에 불이 붙는다 안 붙는다로 다툼을 했다. 우린 호롱불에 방귀를 뀌어보기로 했고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당첨된 친구가 방귀가 나오려는 순간 엉덩이를 까고 방귀를 뀌었다. 내뿜는 가스(gas)에 호롱불이 꺼져 방안이 깜깜하자 선생님은 '자발없는 짓'을 한다며 화를 내셨다. 내 고향에선 '자발없다'를 '자발탱이가 없다'라고도 한다. '자발없다'는 언행(言行)이 경박(輕薄)하고 촐싹거리는 사람을 빗대어 쓰는 말이다. '자발없는 사람은 얻어먹을 것도 못 얻어먹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자발없는 귀신은 무랍도 못 얻어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무랍은 무당이 굿을 하거나 물릴 때 귀신(鬼神)에게 던져주.. 2025. 2. 11. 이전 1 2 3 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