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찬 빗줄기에 제 깃털이 젖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날개 밑으로 모여든 어린 병아리들을 품에 꼭 안고 서 있는, 미련하리만치 숭고한 모습, 하찮은 사진 한 장에 당신의 날들이 겹쳐오며 눈시울이 촉촉해집니다. 비가 오면 비 맞을세라, 바람 불면 날아갈세라, 당신의 세상은 저희를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우린 당신의 품 안에서 비를 맞지 않았고, 바람 한 점 느끼지 못한 채 편안하게 자랐습니다. 옷자락이 비바람에 젖어 무거워질 때도, 그저 어린 자식들이 추울까 봐 당신의 적삼 속으로 끌어당기셨지요. 그렇게 기꺼이 당신의 몸을 방패 삼아 우리 앞을 막아 주셨고, 저희가 누운 곳은 언제나 보송보송한 마른 자리였습니다.
끼니 때면 차려지는 밥상, 입혀주는 옷은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당신의 등이 조금씩 굽어가는 것은 세월 탓인 줄 알았습니다. 그 굽은 등이 우리들의 짐을 평생 짊어지고 오신 고난의 상징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 저는 세월을 따라 스스로, 저절로 크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새끼의 우산이 되어주는 어미닭의 사진을 보고서야 당신의 젖은 어깨가 보였습니다. 아무려면 세상의 엄니들이 저 암탉만 못하겠습니까만, 하찮은 짐승도 제 새끼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비바람을 막아주는데, 하물며 당신의 그 지극한 자식 사랑이야 오죽했을까요? 당신은 더 크고 더 깊은 희생으로 저희를 품어주셨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당신께 마음을 전합니다. 철없던 자식은 이제야 당신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당신도 비를 맞으면 춥고, 바람이 불면 힘들어하는 약한 사람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사랑 덕분에 이렇게 온전한 사람으로 서 있습니다. 저희를 위해 비바람 막이가 되어 주셨던 수많은 날에 감사드립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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