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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237

4월-나태주 바람이 내어주는 길로 꽃잎이 놓아주는 징검다리를 건너 끝까지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 가서는 꽁꽁 숨어 살고있는 너 한 사람 만나고 싶다 데려오고 싶다 -나태주-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Ka81cFaOA2Y 2023. 4. 1.
봄바람 난 년들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 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 2023. 3. 30.
아름다운 곳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 문정희 - 2023. 3. 26.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이해인 -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d6D2KPOVwqs 2023. 3. 18.
귀한 인연이길 진심 어린 마음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 2023. 3. 12.
봄날-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2023. 3. 9.
중년 살수록 늘어나는 건 번호뿐이다 살수록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자꾸만 숫자로 접속되는 삶 열리지 않는 세월에 로그인하는 허공의 거푸집이다 센서가 작동되지 않는 지난 시간 속의 열린 사립문, 빈 마당 공복이 그립다. - 박수현 -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UvEmQtgvNMw 2023. 3. 6.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 홍 수 희 - 2023. 2. 21.
원피스 입는 날 평소에는 바지만 입다가 회식 날만 되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오는 동료가 있다. 개인적인 약속과 회식 날짜가 계속 겹치는 게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회식 공지가 뜨자 비장한 표정으로 "또 원피스를 입을 때가 왔군..." 하고 읊조리시길래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모든 형태의 의상을 통틀어서 원피스가 복부를 가장 덜 압박하는 형태의 옷이라서 원피스를 입으면 평소 보다 고기를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랬구나. 고기와의 약속이었던 것이구나. 2023. 2. 6.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 (立春)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를 말한다. 음력으로 정월에 드는데, 양력은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하여 입춘 (立春)이라고 한다.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엔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立春)은 새해들어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축을 달리 춘축(春祝),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榜), 춘방(春榜)이라고도 한다. 입춘축(立春祝)은 입춘이 드는 시각에 맞추어 붙이면 좋다고 하여 밤중에 붙이기도 하지만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서는.. 2023. 2. 4.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金素月 - 1925년 12월에 펴낸 시집 《진달래꽃》에 처음 발표된 김소월의 시. 이 시는 1920년대 《창조》지를 통해 등단한 김소월이 습작기를 지나 스.. 2022. 12. 24.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 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2022. 11. 4.
11월-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2022. 11. 1.
자신이 자신을 만들어 간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現在)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業)이다. 순간(瞬間) 순간, 당신 자신(自身)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명심(銘心)하라. 법정스님 어록에서 2022. 10. 26.
바람으로 살고 싶다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거칠 것 없는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을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나를 위해 울어 줄 단 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 박강남- 2022.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