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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257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 진란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꽃도, 나무도, 별도 달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미움도, 원망도, 회한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랑도, 미련도, 눈물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첫봄처럼 개나리봇짐을 메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타오르는 꽃불을 들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람을 사랑한 사람들이 문을 열고 문을 통하여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네, 사람 사는 세상이네 -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소식을 듣고 10여일 동안 독한 양주를 마시면서 목이 터져라 불렀던 '당신'. 12년 여가 지난 지금도 술이 거나해지면 이 노래를 부르면서 존경하고 사랑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2021. 12. 22.
숲에서 배운다 산을 떠나 6, 7년 시정(市井)의 절간에서 사는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얻은 것이라면 이 어지러운 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세상 물정을 몸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잃은 것은 내 안에 지녔던 청정한 빛이 조금씩 바래져갔던 점이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자기 내면에 지닌 빛이 바래져간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수행자가 빛의 기능을 잃는다면 자신뿐 아니라 그 둘레까지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게 마련이니까. 시정에서 뭣보다 아쉬웠던 것은 내가 기댈 만한 숲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그 그늘 아래서 사유하고 행동하던 울창한 숲도 날로 비대해만 가는 수도권에 침식을 당하고 말았었다. 밖에서 밀려오는 소음이 너무 두터워 내 안에서 움터 나오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2021. 12. 8.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추일서정(秋日抒情):시인 김광균(金光均:1914∼1993)의 대표시.1940년 《인문평론》에 발표된 김광균의 대표작품이다. 시집 《기항지》에 수록되어 있다. 가을을 제재로 하여 현대인의 고달픈 눈에 비친 가을의 애수와 고독을 독특한 회화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작.. 2021. 11. 9.
생애(生涯) 단 한 번 한 번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一期一會)입니다. 모든 순간(瞬間)은 생애(生涯) 단 한 번의 시간(時間)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生涯) 단 한 번의 인연(因緣)입니다. - 법정 스님 일기일회(一期一會) 중에서 - ※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平生)에 단 한 번 만남. 또는, 그 일이 생애(生涯)에 단 한 번뿐인 일임. 사람과의 만남 등의 기회(機會)를 소중(所重)히 함의 비유(比喩) 2021. 11. 8.
가을은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 알베르 카뮈 - 2021. 10. 27.
반중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반중 조홍(盤中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박인로(朴仁老)-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1561~1642]의 대표작인 「조홍시가(早紅柿歌)」는 1600년(선조 33)이나 1601년에 지은 시조로 추정되는데, 박인로가 성리학을 배우기 위해 장현광을 찾아갔을 때 홍시[붉은 감]를 대접하고 그를 소재로 시조를 지어보라 하여 지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인로가 이덕형을 찾았을 때 대접하기 위해 내어놓은 홍시를 보고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신 어버이를 그리워하며 다하지 못한 효성이 불현듯 생각나서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덕형이 이미 지어진 「조홍시가(早紅柿歌)」를 보고 박인로에게 단가(短歌) 세 수를 짓게 하였고, 그후 『노계선생문집.. 2021. 10. 21.
가는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金素月- 2021. 10. 15.
걱정하지 마라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거면 딱 두 가지만 걱정해라. 지금 아픈가? 안 아픈가? 안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아프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나을 병인가? 안 나을 병인가? 나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안 나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죽을병인가? 안 죽을병인가? 안 죽을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죽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천국에 갈 거 같은가? 지옥에 갈거 같은가? 천국에 갈거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지옥에 갈거 같으면 지옥 갈 사람이 무슨 걱정이냐? - 성철 스님 어록에서 - 2021. 10. 5.
두려워 마라 두려워 마라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실패도 상처도 죽음마저도 실패는 나를 새롭게 하는 것 버릴 건 버리고 나 자신이 되는 것 상처는 나를 강하게 하는 것 그 상처로 상처 난 이들을 품어가는 것 두려워 마라 시련 속에서 계시가 온다 한번 울고 한번 웃고 너의 길을 가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두려워 마라’ 2021. 10. 1.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무식한 놈/안도현 시인 패륜잡범(悖倫雜犯)의 나라 무상불륜(無償不倫)의 나라 화천대유(火天大有)의 나라 음주운전(飮酒運轉)의 나라 검사사칭(檢事詐稱)의 나라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개나 줘버려!!! 2021. 9. 27.
9월이 -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2021. 9. 13.
무소유란?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 법정스님 무소유 중에서 - 2021. 8. 28.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다 꽃이나 새는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교는 시샘과 열등감을 낳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그런 자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다. 그 그릇에 그 몫을 채우는 것으로 자족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 할 줄 알아야 한다. 내 그릇과 내 몫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남의 몫을 남의 그릇을 자꾸 넘겨다 보려고 한다. 소유를 제한하고 자제하는 것이 우리 정신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 환경과 자연을 덜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듭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단순한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을 .. 2021. 8. 22.
긴 하루의 생 갑갑하고 피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엄존할지라도, 이 지상에서 나의 하루하루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신비롭고 장엄한 것일 수 있음을 나는 강렬히 느낀다. 우리는 삶이라는 선물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살아야 한다. 인생의 골수까지 맛보며 살아낸 시간, 여정의 놀라움과 불꽃의 만남의 시간, 눈부신 절정 체험이 내면의 느낌으로 새겨지는 시간, 영원의 시간으로 합류하는 생의 시간, 그 ‘긴 하루’를 살아야 한다. - 박노해 - 2021. 8. 6.
가슴속에 간직한 사람 하나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사는 것은 나의 비틀거림에 나보다 더 아파할 져버릴수 없는 마음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으며 웃을 수 있는 것은 가슴속에 간직한 사람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부끄럽지 않은 모습 아름답게 가꿔가며 살려고 하는 것은 그대 모습 기억 속에 언제나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이성민 - 2021.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