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257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이해인 -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d6D2KPOVwqs 2023. 3. 18. 귀한 인연이길 진심 어린 마음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 2023. 3. 12. 봄날-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2023. 3. 9. 중년 살수록 늘어나는 건 번호뿐이다 살수록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자꾸만 숫자로 접속되는 삶 열리지 않는 세월에 로그인하는 허공의 거푸집이다 센서가 작동되지 않는 지난 시간 속의 열린 사립문, 빈 마당 공복이 그립다. - 박수현 -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UvEmQtgvNMw 2023. 3. 6.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 홍 수 희 - 2023. 2. 21. 원피스 입는 날 평소에는 바지만 입다가 회식 날만 되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오는 동료가 있다. 개인적인 약속과 회식 날짜가 계속 겹치는 게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회식 공지가 뜨자 비장한 표정으로 "또 원피스를 입을 때가 왔군..." 하고 읊조리시길래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모든 형태의 의상을 통틀어서 원피스가 복부를 가장 덜 압박하는 형태의 옷이라서 원피스를 입으면 평소 보다 고기를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랬구나. 고기와의 약속이었던 것이구나. 2023. 2. 6.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 (立春)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를 말한다. 음력으로 정월에 드는데, 양력은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하여 입춘 (立春)이라고 한다. 어떤 해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엔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立春)은 새해들어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축을 달리 춘축(春祝),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榜), 춘방(春榜)이라고도 한다. 입춘축(立春祝)은 입춘이 드는 시각에 맞추어 붙이면 좋다고 하여 밤중에 붙이기도 하지만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서는.. 2023. 2. 4.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金素月 - 1925년 12월에 펴낸 시집 《진달래꽃》에 처음 발표된 김소월의 시. 이 시는 1920년대 《창조》지를 통해 등단한 김소월이 습작기를 지나 스.. 2022. 12. 24.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한다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 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2022. 11. 4. 11월-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2022. 11. 1. 자신이 자신을 만들어 간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現在)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業)이다. 순간(瞬間) 순간, 당신 자신(自身)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명심(銘心)하라. 법정스님 어록에서 2022. 10. 26. 바람으로 살고 싶다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거칠 것 없는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을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나를 위해 울어 줄 단 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 박강남- 2022. 10. 1. 양심을 지킨다는 것 이 세상 사람들을 다 속인다 해도 단 한 사람, 속일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말합니다. 양심을 지키고 산다는 것, 그건 어쩌면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의지든 아니든 때론 거짓으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수 이후의 행동입니다.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 후에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선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양심을 지킨다는 것, 그건 사람이 갖고 태어난 본연의 마음을 훼손하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떳떳하고 정당하고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내가 바로 서고 바른길로 가야 다른 사람도 나를 따를 것이고 세상도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김.. 2022. 9. 28. 눈을 뜨라 자신의 눈을 가진 사람은 진실한 믿음을 갖고, 삶을 신뢰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을 만나더라도 흔들림이 없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근거 없이 떠도는 말에 좌우됨이 없다. 가짜에 속지 않을뿐더러 진짜를 만나더라도 거기에 얽매이거나 현혹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눈을 맑히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 비본질적인 일에 한눈을 팔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세상을 사는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때때로 헤아려 본다. 자기 삶의 질서를 지니고 사는 자주 적인 인간은 남의 말에 팔리지 않는다. 누가 귀에 거슬리는 비난을 하든 달콤한 칭찬을 하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모든 것이 지나가는 한때의 바람이다. 일시적인 바람에 속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을 향해서 화내고 즐거워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허수.. 2022. 9. 20.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정 호 승 - 2022. 9. 15. 이전 1 ··· 3 4 5 6 7 8 9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