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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235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개울가에 앉아 무심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물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멈추어 있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일 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인간사도 전 생애의 과정을 보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지나가는 한때의 감정이다 이 세상에서 고정불변한 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란 내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런 일도 지내 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이 세상일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우리 스스로 빠지게 되는.. 2020. 12. 8.
절정 -이육사 절정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본명: 이원록. 이육사라는 필명은 의열단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를 때 수의에 부착된 수인번호 264번에서 유래되었다. 1943년, 어머니의 소상(小祥/사람이 죽은 지 1년 만에 지내는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했다가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되었고, 이듬해 1월 16일 해방을 목격하지 못하고 마흔 살의 나이에 차디찬 감옥에서 순국하셨다. 그러나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일본 .. 2020. 12. 5.
두근두근 내 인생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이다. 김애란 / 두근두근 내 인생中 ******************* 청춘의 가슴 벅찬 사랑을 그린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소설집 , 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문단의 차세대 작가로 떠오른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다.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청춘.. 2020. 12. 4.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金素月-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외웠던 소월(素月)의 시(詩)중에서 가장 먼저 암기했던 시(詩)가 '먼 후일'이다. 시인(詩人)이 오산학교(五山學校)를 다니던 1920년, 학생계(學生界)에 발표했던 '먼 후일'은 님에 대한 사랑과 이별, 슬픔을 표현한 시(詩)다. 의미(意味)를 강조하기 위해 반어법(反語法)을 사용했으며, '어제도'는 과거, '오늘도'는 현재,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는 앞으로도 영원히 님을 잊지 않겠다는 시인(詩人)의 마음을 담고 있다. 김소월(본명/김정식) 출생: 음력 190.. 2020. 12. 3.
인 연 설 (因 緣 說)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직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2020. 11. 21.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 2020. 11. 17.
얼 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詩/박인환 낭송/박인희 2020. 11. 16.
어머니 - 법정스님 우리 같은 출가 수행자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불효자다. 낳아 길러준 은혜를 등지고 뛰쳐나와 출세간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해 싸락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 골목길을 빠져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집에는 어머니가 홀로 계셨다. 중이 되러 절로 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시골에 있는 친구 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보다도 비쩍 마른 할머니의 품속에서 혈연의 정을 익혔을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내 입산 출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어머니보다 할머니가 더욱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내가 해인사에서 지낼 때 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외동.. 2020. 11. 14.
가 을 - 조 병 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추기 위하여 -조병화- 2020. 11. 5.
목마와 숙녀(詩/박인환. 낭송/박인희)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 2020. 11. 2.
가을은 - 법정스님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2020. 10. 31.
고 향(故鄕) 이미 우리에게는 태어난 곳이 고향이 아니다 자란 곳이 고향이 아니다 산과 들 달려오는 우리 역사가 고향이다 그리하여 바람 찬 날 우리가 쓰러질 곳 그곳이 고향이다 우리여 우리여 모두 다 가자 고향으로 어머니가 기다린다 어머니인 역사가 기다린다 가자 그 고향으로 가자 그 고향으로 그리하여 바람 찬 날 우리가 쓰러질 곳 그곳이 고향이다 우리여 우리여 모두 다 가자 고향으로 어머니가 기다린다 어머니인 역사가 기다린다 가자 그 고향으로 가자 그 고향으로 詩 - 고 은 노래/정 은 숙 작곡/김 형 성 2020. 10. 24.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 법정스님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도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을 좋아하는데서 오며, 죽음 또한 삶을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온다.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은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을 하되 집착이 없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 2020. 10. 23.
길모퉁이에서 2012년 12월20일 중앙지검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판부장의 백지구형 지시에 반발한 제 이의제기로 부회의가 벌어졌지요. 제 의견인 무죄구형과 백지구형(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알아서 판결해 달라) 중 무엇이 옳은지가 논의되었습니다. 허허벌판에 서 있는 듯 외로웠습니다. “백지구형 하라면 하라는 대로는 하겠지만, 검사로서 사건 관계자들 보기 부끄럽다”고 사족을 단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들은 백지구형에 적극 동조했으니까요. 상급자 지시 앞에 판단력이 마비되는 현실이 참담했습니다. 검찰을 바꾸기 위해, 최소한 유의미한 선례라도 만들기 위해 국가배상소송도 제기하고, 내부제보시스템을 통한 감찰 요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의 민원 제기, 형사 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요. 적지 않은 분들이 물었습니다. 검.. 2020. 9. 26.
길을 잃은 법치 " 선을 선으로 대하고 악을 정의로 대하라" - 칼 야스퍼스 법과 정의는 공동선에 이르는 것입니다. 또한 종교의 지상과제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웃과 사회가 코로나 위험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선과 대중의 보호를 외면하는 특권이 종교의 자유영역도 아닐 것이며 자칭 종교지도자에게 주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법 집행자가 법이 지향하는 공동선의 방향 감각을 놓치고 길을 잃을 때 시민과 사회를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리는지 중대한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choomiae/posts/3100636820053505 보안 확인 필요 메뉴를 열려면 alt + / 키 조합을 누르세요 www.facebook.com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