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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265

그 시절의 겨울 백열전등이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의 골목. "신문이요!" 를 외치는 소년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뜀박질을 하고, 두부상자 몇판 올려놓은 지게를 짊어진 두부장수 아저씨는 얇은 면장갑을 낀 손으로 딸랑! 딸랑! 종소리를 내며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있다. 조카녀석의 고사리같은 차가운 손은 늦잠자는 장발(長髮)의 내 머리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 학교가라고 깨운다. 버스정류장을 향해 종종걸음을 내딛는 눈덮힌 길엔 타다만 연탄재가 뒹굴고 있다. 미끄러운 언덕길에 연탄재를 깨트려 부삽으로 뿌리던 구멍가게 아줌마. 승객들을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난간의 손잡이에 매달려 몸부림치던 버스안내양. 달랑 네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 작은 가게안에 19공탄 연탄난로를 피워놓고, 혼자 서있기에도 .. 2016. 12. 1.
Coffee에 관한 안좋은 추억(追憶) 미국에 이민을 온지 어느덧 30년이 되었 다. 처음 이곳에 와서 미국인들이 아침 출근 길에 운전을 하면서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 미국인들에게 커피란 뗄레야 뗄 수 없는, 물처럼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류 인종과 마찬가지로 우리같은 소수 이민자들 역시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하룻동안 쌓인 피로를 커피로 푼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다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아침 식사때나 점심을 먹은 후 옅은 블랙(보리차보다 약간 진하게)으로 한잔 마시는 것 외엔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간혹 한국을 방문하면 시차로 인한 잠을 쫒기위해 물을 들이키듯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아침과 점심 한잔으로 만족하며, 이따금 .. 2016. 11. 20.
인생은 타이밍 폭풍처럼 만덕산을 내려왔는데 #순siri 땜에 갈 곳이 없네. 써거질... 이래서 인생은 언제나 타이밍이 중요한겨. 2016. 11. 9.
박근혜 욕하지 마라 박근혜를 욕하지 마라. 어린 나이에 들어간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온갖 시중을 받으며 살아온 탓에 얼키고 설켜 살아가는 사람사는 세상의 쓰고 달콤한 인생의 맛을 모르는 불쌍한 여자다. 박근혜를 욕하지 마라. 좁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고무줄 놀이, 말타기, 땅따먹기, 숨박꼭질, 닭싸움 한번 해본 적 없어 어린시절 추억이 없는 불쌍한 여자다. 박근혜를 욕하지마라. 너희들은 부모님이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있느냐? 어머니는 문세광의 총에 죽고 아버지는 아끼던 심복 김재규가 쏜 총에 죽어, 20대의 나이에 부모님이 물려준 재단과 장학회를 운영해온 불쌍한 여자다. 박근혜를 욕하지 마라. 새파란 나이에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노릇을 하느라, 너희들처럼 재미있게 연애질도 못해보고, 피끓는 욕망을 억누.. 2016. 10. 26.
늙으면서 꼰대가 되지말고 어르신이 되어라 꼰대는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경 받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몸과 마음이 세월이 가면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자신을 가꾸고 젊어지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자기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좋은 덕담을 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대가없이 받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꼰대는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 2016. 10. 2.
세월따라 줄어드는 내 기억력 Mission Peak에서 보는 Mt.Allison 석양 황당한 일이다. Gas station에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카드의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생일. 집주소. 전화번호, 심지어는 아버지 기일, 어머니의 생일을 입력해도 틀리다며 다시 입력을 하란다. 펌프에서 차를 빼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머릴 쥐어짜며 생각을 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마눌에게 전화를 해 물어도 자기 것과 다르다면서 내 비밀번호는 모른다나? 한개의 크레딧 카드를 여러 곳에 사용하면 어디에서 사용했는지 기억하기 힘들고, 청구서와 영수증 확인이 어렵다며, 카드를 구분해서 쓰는게 명세서와 영수증을 대조해보기 쉽다는 마눌님의 말씀을 따르다 보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나 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심플하게 살아야 하는데 마눌님이 내 머릿속을.. 2016. 9. 2.
세월호 7시간 이제는 밝혀라 고개를 숙인 채 뜨개질에 열중하고 있는 마눌님의 뒷모습이 무척 생경스럽다. 밥먹는 시간, 운동을 하러 Fitness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식탁의 의자에서 일어날 줄 모른 채 뜨개질 삼매경에 빠져있다. 완성해 낸 작품을 보니 예쁘긴 한데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지 용도가 궁금하다. "이걸 어따가 쓸려고 안하던 뜨개질을 하고 있는거야?" "설겆이 할 때 쓰는 수세미. 세월호 유가족을 북가주에 초청하는데 기금이 부족하대" "그럼, 이 수세미를 뜨개질 해서 비용에 충당한다는 거야?" "내가 이걸 떠주면 '세월호를 잊지않는 사람들의 모임(북가주 세사모)'에서 기금조성을 위한 Yard Sale을 할때 한개에 2불 내지 3불씩 받고 판매해서 보탤거래" "고뤠? 이걸 몇개를 떠서 기부할건데?" "100개를 목표로 하고있.. 2015. 3. 2.
Cherry 이야기(1) 귀여운 딸이 생겼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말 못 하는 강아지를 입양했다. 'Cherry'라는 이름을 지어준 하얀 털을 가진 녀석이다. 9월 15일 오전, 지난 7월 1일 출생했다는 녀석를 입양하기 위해 2시간가량을 운전해 찾아간 곳엔 고만고만 한 강아지 몇 마리가 있다. 내가 보기엔 잡견인데 주인은 녀석들을 풍산개라고 한다. 풍산개, 진돗개, 잡견, 똥개면 어떤가? 내가 원했던 백구인데... 유난히 살갑게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녀석에게 '그래. 너와 우리가 인연인가 보다.' 녀석을 데리고 오는 길, 차 뒷 좌석에 조용히 엎드려 있는 녀석이 기특하다. 같이 간 마눌은 얌전한 녀석을 보고 '순둥이라고 부를까?' 집에 도착하니 낯선 환경과 가족이 생각나는지 낑낑대며 칭얼거린다. 맛있는 밥을 .. 2014. 9. 16.
콘서트 7080(영원한 청춘 쉘부르)에 대한 불편한 마음 1970년대 그룹 '송골매'에서 활동했던 가수 배철수씨가 진행하는 KBS 방송국의 '콘서트 7080' 음악프로가 있다. (이하 존칭 생략)) 나는 이 프로를 본 적은 없지만 친구로부터 우리가 젊은 시절에 들었던 음악과 그때 활동했던 가수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연령층이 공감하.. 2013. 7. 9.
스쳐가는 세월속에 어느새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세월이 이토록 빠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빛바랜 벽에 매달린 한 장 남은 달력이 내 긴~한숨에 흔들린다. 어느 누구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고, 세월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 시던 아버지 말씀이 긴 여운을 물며 귓가를 맴돈다. 가버린 세월을 뒤돌아보면 파도처럼 후회가 밀려오지만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절망감에 눈시울이 흐려온다. 내가 걸어온 여정이 평탄하고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곁에 있어 위안이 된다. 내일은 오늘보담 낫겠지? 내년은 금년보다 낫지 않을까? 다가오는 내일, 내년도 변함이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거친 삶의 질곡을 헤쳐간다. 2008.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