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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Cherry 이야기(1)

by 캘리 나그네 2014. 9. 16.

 

귀여운 딸이 생겼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말 못 하는 강아지를 입양했다. 'Cherry'라는 이름을 지어준 하얀 털을 가진 녀석이다. 9월 15일 오전, 지난 7월 1일 출생했다는 녀석를 입양하기 위해 2시간가량을 운전해 찾아간 곳엔 고만고만 한 강아지 몇 마리가 있다. 내가 보기엔  잡견인데 주인은 녀석들을 풍산개라고 한다.

 

풍산개, 진돗개, 잡견, 똥개면 어떤가? 내가 원했던 백구인데... 유난히 살갑게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녀석에게 '그래. 너와 우리가 인연인가 보다.'

 

녀석을 데리고 오는 길, 차 뒷 좌석에 조용히 엎드려 있는 녀석이 기특하다. 같이 간 마눌은 얌전한 녀석을 보고 '순둥이라고 부를까?' 집에 도착하니 낯선 환경과 가족이 생각나는지 낑낑대며 칭얼거린다. 맛있는 밥을 주고,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말 못 하는 동물을 생이별시킨 것 같아 마음이 짠해 온다.  

 

칭얼대는 녀석을 바라보며 몇해 전 이별을 한 Thema를 떠올린다. Thema는 진도 아빠와 챠우챠우 엄마에서 태어났던  수놈 잡견이다. 아빠를 닮아 털 색깔은 누렇고 엄마를 닮아 보라색 혀를 가졌던 놈이다. 목덜미의 털은 사자의 갈기처럼 생겼고, 치켜든 꼬리털은 능수버들처럼 늘어졌으며 덩치는 셰퍼드처럼 커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멋진 놈이다.  

 

성격은 온순하지만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 아메리칸이나 동남아 계통의 민족을 보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이 짖어대지만 중국인, 백인을 보면 꼬리를 흔들던 놈이다. 그랬던 Thema도 세월의 힘을 어쩌지 못하고 가버렸다. 녀석과의 이별이 슬퍼서 두 번 다시 애완동물 하곤 인연을 맺지 말아야지 했는데 개를 데리고 다니는 하이커들을 보면서 순한 백구 한 마리 키웠으면 하는 마음에 Cherry 녀석을 입양하게 된 것이다.

 

백구를 원했던 이유는,  이민오기 전 아버지께서 키우셨던 백구 진돗개 때문이다. '진도'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아버지가 들에 나가실 때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고, 아버지가 출타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면 곁을 지키다 아버지를 태운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는 녀석이지만 내가 떠나온 몇 해 뒤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등졌다. 

 

Cherry 하고 인연은 13, 4년?  길어야 15, 6년 일 것이다. 내 수명을 80으로 가정했을 때 녀석이 가고 나면 나도 뒤를 따라서 가겠지만 몸과 마음이 늙어버린 내가 녀석과의 이별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몇 해 전 우리와 이별한 상남자 Thema  ↑

많은 개를 키우고 봐 왔지만 Thema처럼 멋지고 남자다운 개는 본 적이 없다.

 

낑낑거리다 지쳤는지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Cherry  ↓

한숨 자고 일어나더니 곁에 있던 물그릇을 엎어버린다.  

이젠 깔아준 모포위에서 편안하게 눈을 붙이고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주시하는 Cherry  ↓

뭘 생각하는걸까?  두고 온 가족?  이제부턴 우리가 가족인데...?

뒷마당 풀밭에 엎드려 멍상을 때리는Cherry ↓      멍상: 멍하게 앉아서 멍한 생각을 하는 것

틈만 나면 눈을 감는 녀석.  24Hour Sleep Dog이라 개명을 할까 보다.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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