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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7080(영원한 청춘 쉘부르)에 대한 불편한 마음

by 캘리 나그네 2013. 7. 9.




1970년대 그룹 '송골매'에서 활동했던 가수 배철수씨가 진행하는 KBS 방송국의 '콘서트 7080' 음악프로가 있다. (이하 존칭 생략)) 나는 이 프로를 본 적은 없지만 친구로부터 우리가 젊은 시절에 들었던 음악과 그때 활동했던 가수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연령층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난 7월 7일, '영원한 청춘 쉘부르' 타이틀이 붙은 '콘서트 7080' 특집 방송에 강원도 원주에서 군생활을 함께 했던 가수 '이대헌'이 출연한다는 연락을 받고 시간을 내서 컴퓨터 모니터를 열심히 지켜봤지만 보는 동안 내 심사(心思)는 매우 불편했으며, 방송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껄적지근한 기분을 이곳 블로그에 몇자 적어 보고자 한다.


'영원한 청춘 쉘부르'를 보면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라고 하셨던 아버지 말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를 진행하는 배철수의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수북하게 쌓였고, 과거 청순하게 보였던 채은옥은 장년의 나이를 넘겨서인지, 아니면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였는지 보톡스 시술을 과하게 한 것 같은 얼굴로 화면을 채운다.(나만의 억측일 수도 있지만..)


프로에는 '쉐그린'이라는 남성 듀엣이 나온다. 나는 과거에 쉐그린 멤버 전은수(?)를 무척 싫어했다. 이유는 전은수가 노래하는 태도는 방청객과 시청자를 무시하는 듯 성의가 없어 보였고, 때론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나대는 것이 싫어서 TV를 보다가도 전은수가 나오면 가차 없이 채널을 돌려버리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젠 나이에 걸맞게 진중 해졌겠지? 하고 기대를 했건만 노래는 별로 잘하지도 못하는 위인이(순전히 내 기준임) 여전히 경박스럽게 촐삭거려서 밥 맛, 국 맛, 반찬 맛, 심지어 쐬주 맛까지 떨어지게 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케 해준다.


한 가지 더 불편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듣고 부르는 '먼지가 되어'라는 곡을 작곡한 '이 대헌'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진행자 배철수에 대한 반감이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가 성심껏 노래를 했으면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하시죠?"라고 한 마디쯤 물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누가 노랠 부른다는 소개도 없이 "자~ 노래 듣겠습니다" 하고선 이대헌을 비롯한 네 명의 출연자가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가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왔는지 아니면 전당포에 맡겨놓고 왔는지 예의라곤 파리 뭐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프로를 본 후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히트곡 있는 놈만 가수고 히트곡이 없으면 가수가 아닌 거야? 어떤 놈은 입이고 누구는 주둥인가?" 배철수에 대한 반감은 함께 출연했던 임창제를 겨냥해서 독설을 날린다. "임창제 그 자식은 그걸 노래랍시고 부르는 거야? 걘 나보다도 노랠 못하는 것 같아. 글마 정도의 가창력이라면 나도 충분히 가수 할 수 있겠더라."


가창력이라곤 개뿔도 없는 것들이 줄을 잘 잡아서 노래 한곡 히트시키면 눈깔에 뵈는 게 없어져서 온갖 시건방을 떨었던 시절이 70년, 80년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방송국 PD는 가수나 연기자들에게 제왕이었을 것이며 알게 모르게 제왕처럼 행세를 했을 것이다. 돈 없고 줄(빽)없는 가수나 연기자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PD에게 잘 보여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알려야 했는데 그게 맨입으론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수(歌手)는 대중가수, 성악가수, 민요가수, 국악가수로 구분한다. 우리는 대중가수를 일컬어 가수라고 호칭하는데 대중가수는 음악을 전달하는 경로에 따라 음반 가수와 라이브 가수로 나뉜다고 한다. 음반 가수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의 방송매체에 출연하거나 음반을 통해서 자신의 노래를 전달하고, 라이브 가수는 무대가 있는 클럽이나 음악홀 등에 출연해서 관객을 앞에 두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노래의 장르에 따라 팝가수, 댄스가수, 발라드 가수, 트롯트 가수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정해진 룰에 따른 분류가 아닌 방송이나 언론사에서 그들의 편의상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가수가 되는 길은 음반회사나 기획사를 통해서 훈련 기간을 거친 다음 자신이 부른 노래를 음반에 담아 발매하면서 시작된다. 음반을 발매한 뒤에는 매스컴을 통해 음악을 홍보하는 단계로 들어서는데 방송국이라는 거대 공룡이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고자 하는 모든 가수들에게 문을 열어주겠는가? 그래서 학연, 지연, 혈연...을 비롯한 온갖 인맥과 때론 쩐맥(錢脈)이 동원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과 추측을 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수(singer, 歌手)(두산백과)에서 인용]


내가 아는 가수 이대헌은 노래를 잘하는 친구다. 어떤 무대에서도 모든 장르의 노랠 소화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가수다. 그가 우리 중대에 신병으로 전입 와서 신고식을 하면서 불렀던 서유석의 '가는 세월'을 들을 때 나는 가슴에 전류가 흐르는 듯 한 감동을 받았고 가수 서유석이 우리 내무반에 온 것인 양 착각을 했었다.


고참들의 앙코르 주문에 따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던 이 친구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데 이렇게 가창력이 뛰어나고 작곡도 잘하는 친구가 여태껏 매스컴을 타지 못해서 '콘서트 7080'을 진행하는 배철수가 말 한마디 시키지 않는 이름 없는 가수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졸라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이대헌은 아부(阿附)를 할 줄 모르는 친구다. 그는 누군가를 붙들고 부탁이나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무명가수로 살아왔으며 그래도 음악(音樂)의 끈을 놓지 않고 한 우물을 파면서 자신의 소신(所信)대로 음악인(音樂人)의 자긍심을 갖고 음악에 대한 지조(志操)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온 친구다.


이대헌이 정태춘의 노래를 부르면 그는 정태춘이 된다. 송창식의 노래를 부르면 송창식이 된다. '쉘부루'라는 음악감상실에서 기타 치며 노래했던 인연으로 '콘서트 7080'에 출연했지만, 인사도 생략한 무시하는 듯한 배철수의 태도는 생선을 먹다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매우 불편했었다는 얘기다.


단언컨데 가수 이대헌은 전은수, 임창제 보다 가창력이 훨씬 더 나은 친구다. 히트곡이 없다는 이유로 노래 한곡만 부른 채 무대를 내려가는 이대헌과 노래는 못해도 히트곡이 있어 방송출연을 자주 했다는 이유로 의자에 걸터앉아 히히덕거리는 다른 출연자를 보면서 기분이 뒤틀렸던 것은 오장 칠부의 내장(內臟) 가운데 씸통(心通)이라는 장기(臟器)가 배배 꼬여서인지도 모르겠다.




가수 이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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