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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237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2017. 3. 10.
이놈아! 그 옷 좀 벗어라 새벽 3시 산사(山寺) 밖은 아직 미명인데 법당 처마밑에 매달린 고드름은 녹아 한 방울.. 한 방울.. 똑, 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맑고 고요한 소리가 나를 불러낸다 봄이 오는 소리다. 지난 겨울엔 괴로움과 번뇌의 혼침(混沈)에 쌓여 노스님의 죽비 소리조차 귓전에 들리지 않았다. 흐린 마음이 맑은 소리를 막아 번뇌의 지옥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게다. 며칠 전, 오랜만에 산문(山門)을 찾아갔더니 노스님께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제 겨울도 다 갔구나. 봄이 다가왔는데 너는 아직도 겨울이냐? 그 몸뚱아리를 덮은 무거운 옷 좀 벗어 버려라.”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봄이 왔는데도 두터운 겨울 옷을 걸치고 있다. 스님은 그런 내 모습이 답답하셨는가 보다. 얼른 옷을 벗고 노스님께 삼배를 올린다.. 2017. 3. 8.
봄은 고아다-서해성 봄이 좋은 건 애비 없는 탓이다. 눈이 퍼붓고 나서야 꽃이 피노라니 봄은 하루도 어제를 답습하지 않는다. 칸칸이 언 새벽을 찢고 묵은 삭정이 사이에서 죽음을 깨워 기어이 싱싱하게 돋아나는 봄은 따로 에미를 두지 않았다.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봄은 고아다. 쟁기질에 흙냄새 뒤집으면서 비명으로 들고 일어나는 대지에 맨발로 서서 에미 애비 없이 울어야 더 찬란한 봄이다. 4월처럼. 저 혁명처럼. 어떤 혁명도 에미 애비 따위가 없다. 봄도, 혁명도 고아다. 2017. 2. 26.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017. 2. 1.
어느 중고컴퓨터 상인의 가슴찡한 글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 2016. 11. 21.
"그냥" 이라는 말 어느날 불쑥 찾아온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왔니?" 그 친구가 대답합니다. "그냥 왔어.. " 전화도 마찬가집니다. 불쑥 전화를 한 친구가 말합니다. "그냥 걸었어.. " 그냥..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냥'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아주 불분명할 때 쓰는 말입니.. 2016. 9. 6.
봄 - 윤동주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삼동(三冬)을 참어 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 즐거웁게 솟쳐라.푸르른 하늘은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2016. 3. 23.
그대 잘가라-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2011. 5. 23.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82세의 노인이 52세 아들과 거실에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습니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대답했습니다. “까마귀요. 아버지” 아버지는 조금 후 다시 물었습니다. “저게 뭐.. 2010. 10. 26.
같이 있고 싶은 사람 향이 좋은 차 한잔을 마시며 닫혀 있던 가슴을 열고 감춰온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꼭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웠던 기억을 말하면 내가 곁에 있을께 하는 사람 이별을 말하면 이슬 고인 눈으로 보아 주는 사람 희망을 말하면 꿈에 젖어 행복해 하는 사람 험한 세상에 구비마다 지쳐가는 삶이지만 차 한 잔의 여유 속에 서러움을 나누어 마실수 있는 마음을 알아 주는 단 한 사람 굳이 인연의 줄을 당겨 묶지 않아도 관계의 틀을 짜 넣지 않아도 찻잔이 식어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 해주는 사람이면 참 행복 하겠습니다. - 좋은 글 에서 - 2010. 9. 21.
당신도 부처님 이십니다 나 스스로의 삶은 나 스스로 지어 나가는 것이지 남이 나의 삶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전생의 업을 탓으로 돌리는 운명관에 사로 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전생의 업이라는 것 도 알고보면 나의 마음 가짐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즉 "일체유심조"의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에 간직하면서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모든 행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가짐에 의하여 나 스스로가 지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든다면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좋지 못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속에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나타나고 이 마음은 틀림없이 저 사람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나.. 2010. 9. 1.
비록 늙어가지만 낡지는 마라 곱게 늙어 가는 이를 만나면 세상이 참 고와 보입니다. 늙음 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도리어 새로움이 있습니다. 곱게 늙어 가는 이들은 늙지만 낡지는 않습니다. 늙음과 낡음은 글자로는 불과 한 획의 차이밖에 없지만 그 품은 뜻은 서로 정반대의 길을 달릴 수 있습니다. 늙음과 낡음이 함께 만나면 허무와 절망 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늙음이 곧 낡음이라면 삶은 곧 '죽어감'일 뿐입니다. 늙어도 낡지 않는다면 삶은 나날이 새롭습니다. 몸은 늙어도 마음과 인격은 더욱 새로워집니다. 더 원숙한 삶이 펼쳐지고 더 농익은 깨우침이 다가옵니다. 늙은 나이에도 젊은 마음이 있습니다. 늙었으나 새로운 인격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낡은 마음이 있습니다. 젊었으나 쇠잔한 인격입니다. 겉은 늙어 가도 속은 날로 새로워.. 2010.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