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가수 나훈아 씨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추측성 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언론이) 이래선 안된다" "(기자) 여러분, 여러분 펜대로 사람 죽이는 거 아시는지요?"라고 말하며 각종 의혹을 추측 보도한 기자들의 보도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신문사 사정은 잘 모르겠다. (기자들이) 일이 많아 뛸 수 없는 건지. 뛰어서 정말 진실에 가까운 것을 얘기해야지..."라고 말하며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행태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요즘엔 기자를 가리켜 '기레기'라고 부른다. 기레기는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그 어원(語源)은 바다에서 어종(魚種)을 가리지 않고 물고기 사냥을 하는 갈매기처럼 기자들 역시 수많은 사건 중에서 하나를 물어 비아냥거리듯 기사를 짜깁기한다고 해서 생긴 신조어(新造語)라고 한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기자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기자를 쓰레기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과거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가들은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한다는 일간지와 지역신문들을 구독하면서 각 언론사 간부, 또는 기자와 연결된 끈을 갖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다. 언론사에 밉보이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토마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라는 명언(名言)을 남겼지만 나는 이 말에 1%의 공감도 하지 않는다. 개나 소나 언론을 자처하는 요즘 기레기들이 작성하는 쓰레기 같은 글을 읽느니 차라리 무협소설이나 야한 소설을 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보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들의 주장보다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예기다.
작금(昨今)의 언론은 보통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언론은 민심을 빙자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 줌도 안 되는 소수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언론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중에는 진실을 보도하겠다는 의무감 때문에 또는 정의로운 언론을 정립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진실된 기사를 찾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15년 11월 19일 개봉해서 707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던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언유착(權言癒着)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준 조국 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는 이런 대사를 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 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 쓰고 계십니까? 그들은 술자리,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이에게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이에게 울 거리를, 욕하고 싶어 하는 이에게 욕할 거리를 주면 됩니다.”
소설가 이영도 씨는 <피를 마시는 새>中에서 이렇게 말했다.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합니다. 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정부 없는 신문보다 신문 없는 정부를 택하고 싶은 것이다. 그 이유는 쓰레기 같은 언론이 없는 국가에서 사는 것이 만수무강을 하는데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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