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21일,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약 1시간 동안 'BTS 컴백 라이브'를 공연하며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친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 참사 다음날 공연에서 부적절한 선곡(選曲)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들은 대전에서 대형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FYA'를 열창했다. 이 시기에 Everything lit, it's fire. Everything big, it's fire. She wanna dance on fire. Gimme that gasoline... 같은 가사를 노래하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불처럼 뜨겁고 화려한 분위기를 표현한 'FYA'는 무려 30여 차례 반복되었다.
1972년, '이장희' 씨가 작사, 작곡해 발표한 '비의 나그네'라는 곡이 있다. 윤형주(원곡 가수), 송창식 씨가 불렀던 노래로 1972년 발매된 컴필레이션(Compilation) 음반에 수록되어 당대 포크 음악들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곡이다. 이후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노래다.
이장희 씨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윤형주, 송창식 씨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만나 당시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는 청년 문화인 포크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 곡이었지만 방송에서 금지곡이 되었던 웃기면서 슬픈 스토리가 있다. 이것은 대중음악계와 사회 일각에서 떠돌았던 유명한 일화이자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다.
노래가 금지된 이유는 가사의 불온함이나 저속함이 아닌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시기의 부적절함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은 여름철마다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1970년대 중반, 기록적인 폭우(暴雨)로 전국적으로 인명(人命)과 재산 피해가 막대했던 시기가 있었다.
수해(水害)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어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로 시작해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주룩 끝없이 내려라' 이런 가사의 노래를 방송하는 것은 수재민들의 아픔을 자극하고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유신정권 '방송 윤리위원회'의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방송 윤리위원회'는 곡의 가사와 분위기가 허무주의이거나 사회 불안과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생각되면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 곡 외에도 남에게 책임을 전가(남 탓) 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그건 너', 연인의 집 앞에 찾아간 순수한 마음을 노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연상시킨다는 꼬투리를 잡아 '불 꺼진 창' 등을 금지시켰다.
이후 '비의 나그네'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로 넘어오며 민주화와 함께 대대적인 금지곡 해제 조치가 내려질 때 다시 돌아왔지만, 예술성보다는 당시의 경직되었던 사회 분위기와 자연재해라는 시대적 상황이 맞물려 고초를 겪은 대표적인 곡이다. 지금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가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다는 것이 참 거시기하다.
'BTS'도 그렇다. 짜인 스케줄 때문에 공연을 했겠지만 노래 한 곡 정도는 바꿀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관람자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 'FYA'가 뜨거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불이라는 소재를 비유적으로 사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대형 화재로 14명이 숨진 참사 다음날 컴백 무대에서 굳이 이 노래를 불렀어야 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mhZ9p3_Tt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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