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는 글

내 손은 똥손입니다

by 캘리 나그네 2026. 2. 10.

 

뭐든지 만지면 금(金)이 되고 사랑하는 딸도 만져서 금으로 변하게 했다는 'Midas Hand'는 어떤 손일까?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봄, 가을 소풍날 단 한 번도 보물(寶物) 찾기에 성공한 적이 없다. 급우(級友)들은 상품이 적힌 종이쪽지를 잘도 찾는데, 내 손은 '똥손'인지 보물은커녕 휴지 조각도 찾지 못했다. 

 

성인(成人)이 되어 주택 복권도 자주 샀지만 천 원짜리 하나 당첨(當籤) 된 적이 없다.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땅에 왔건만 행운이 따르지 않는 '똥손'도 같이 따라온 것인지, 수덕(手德)이라곤 없던 그 꿋꿋한 지조(志操)는 돈이 달러로 바뀌었음에도 변하지 않았고, 수 십 년 동안 2불, 5불, 10불.. 복권을 샀지만 5불 이상 당첨된 적은 없다. 

 

운 좋게 복권에 당첨되면 "와~ 당첨됐다!"라고 한마디로 끝나겠지만, 소풍 가서 보물 한번 찾지 못했다는 썰(說)은 평생 술안주 삼아 좌중(座中)을 압도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운(運)이 없었던 것은 성실함과 노력으로 험한 세상을 버텨왔다는 증거가 되겠지만, 안 되는 확률 100%는 엄청난 재능이면서 귀신도 박장대소(拍掌大笑)할 노릇이다. 

 

세상의 모든 확률(確率)을 비껴가는, 기적처럼 신묘(神妙)하고 독보적인 똥손! 인형 뽑기 기계 속 인형마저 웃게 하는 똥손! 단 한 번의 행운(幸運)도 잡지 못하는 변함없는 일관성! 수만 가지 확률을 요리조리 피해 가는 마법(魔法) 같은 똥손은 캘리포니아 복권국에 많은 기부를 했고, 어쩌다 한 번씩 찾아갔던 Reno 카지노에도 기부를 했다. 

 

이쯤 되면 내 손은 확률의 신(神)도 외면한 성역(聖域) 같은 '똥손'이다. 세상천지가 드넓다 해도 나 같은 '똥손'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도 언젠가는... 이라며 미련을 둘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죽는 날까지 Lotto에 당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불운(不運)에 대한 철학은 나를 진정한 해탈(解脫)의 경지(境地)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복권 당첨은 안되고, 100% 돈 잃을 것을 확신해 장난 삼아했던 슬롯머신(slot machine) 이외엔 도박판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던 덕분에 나는 강제적 근검절약의 경지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토록 따르지 않던 행운(幸運)이 한꺼번에 몰려와 크게 한 방을 터뜨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꾸준히 복권을 구매하지만 된장 헐.. 

 

위대한 '똥손'을 가진 나는 오늘도 여유롭게 지갑을 열어 5불어치 복권(福券)을 산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당첨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나는 이렇게 자비로움을 갖춘 채 진정한 '똥손'의 넉넉한 마음으로 오늘도 확률 0%의 전설(傳說)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Super Lotto and Power Ball 복권

'끄적이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털처럼 날아간 청춘  (0) 2026.02.16
저 들꽃처럼  (0) 2026.02.14
세상은 당신을 버린 적이 없다  (0) 2026.02.06
와있는 봄  (0) 2026.02.04
돌아갈 수 없는 길위에서  (0) 2026.02.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