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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세상은 당신을 버린 적이 없다

by 캘리 나그네 2026. 2. 6.

 

살다 보면 세상(世上)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열심히 산 만큼 보상(報償)이 주어지지 않거나, 최선을 다한 노력(努力)을 인정받지 못하고 진심이 통하지 않았을 때다. 나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데 세상은 무심하게 잘 돌아가는 것 같고,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塔)이 무너져 내릴 때면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상실감(喪失感)에 좌절(挫折)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세상을 감정이 있는 인격체(人格體)로 여겼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살면 길을 열어 주고, 노력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세상은 보상과 응징(膺懲)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다. 세상은 그저 거대한 흐름의 구조이자 환경(環境) 일뿐이다. 눈과 비가 선악(善惡)을 가리지 않고 내리듯, 세상은 사람을 편애(偏愛) 하지도  않는다. 

 

세상의 인정을 못 받았다고 해서 실패한 삶이 아니다. 박수를 받지 못했다 해서 자신의 선택이 틀린 것도 아니다. 세상의 잣대는 수많은 기준 중 하나일 뿐, 삶을 정의하는 최종 판결문이 될 수 없다. 세상은 우리와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나를 소유(所有) 하거나 지배를 한 적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든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유롭다는 뜻이다.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認定)을 구걸하며 살 것인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일궈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내게 있다. 따라서 세상에 기대하는 허상(虛像)을 걷어낼 때 더 소중하고 구체적인 것들을 볼 수 있다. 자기 신뢰(信賴), 스스로에 대한 존엄(尊嚴) 같은 것들이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땐 'Charles Bukowski'가 했던 말을 되뇌어 보라. "Don't think the world has abandoned you. The world never had you in the first place."(세상이 당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마라. 세상은 처음부터 당신을 가졌던 적이 없다). 세상이 당신을 가진 적 없으니 버릴 수도 없다. 그러니 당신만의 리듬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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