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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인연은 끝나도 흔적은 남는다

by 캘리 나그네 2025. 11. 4.

 

인연(因緣)이란, 삶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사람의 모든 관계를 말한다. 그 인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짧지만 의미 있는 깨달음이나 변화를 남기는 '스쳐가는 인연', 함께 성장하면서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 '오래 이어지는 인연', 갈등(葛藤)과 아픔을 통해서 나 자신을 성찰(省察) 하게 만드는 '배움의 인연' 등이 있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맺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성실히 마음을 다하는 것, 그 결과가 오래가든, 짧게 끝나든, 그 자체로 인연은 삶의 한 장면이 된다. 그러므로 인연을 소중히 하되,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말고, 가볍게도 여기지 말라는 얘기다. 

 

인연의 시작은 따뜻하고, 설레고, 재미있다. 처음의 낯섦도 좋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의 결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진다. 좋았던 만큼 서운하고, 가까웠던 만큼 멀어졌을 때의 배신감도 크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얽히고설켰던 그때의 감정과 시간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에서 맺었던 인연은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스치는 인연이었다. 누구는 내게 실망감을 주고, 누군가는 씁쓸한 상처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인연이 나타나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메꾸고, 새로운 인연과 마음을 주고받는다. 살아온 인생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궁금해서다. 

 

인연은 억지로 맺는 것이 아니다. 흘러가는 대로 맡겨야 한다. 인연의 진짜 의미는 함께 있음이 아니라 서로의 삶 속에 머물렀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 것처럼, 모든 인연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인연은 끝나도 흔적은 남기에 그 끝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인연의 섭리(攝理)다.

 

2025년 11월 3일 아침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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