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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아침 이슬

by 캘리 나그네 2024. 5. 18.

 

1971년 '김민기'씨가 작사, 작곡하여 1집 앨범에 수록한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사(民主化運動史)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 '아침 이슬'은 민주(民主)를 열망(熱望)하는 청년 학생들을 하나로 묶었고, 민주주의를 쟁취(爭取)하는데 기폭제(起爆劑) 역할(役割)을 했으며, 민중가요(民衆歌謠)로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모여서 함께 불렀던 대한민국 '떼창'의 원조(元祖)이기도 하다.

 

1975년 '아침 이슬'은 금지곡(禁止曲)이 되었고 운동권가요(運動圈歌謠)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게 되었다. 당시 서슬 퍼렇던 유신 독재 정권(維新獨裁政權)은 사회 통념(社會通念) 위반(違反)이라는 말이 안 되는 궤변(詭辯)으로 약 2천여 곡의 노래를 방송금지시켰고, '아침 이슬'은 납득할만한 이유(理由)와 어떤 근거(根據)도 없이 금지곡으로 묶어 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라는 가사(歌詞)가 불순(不純)하다는 황당한 이유였고, 평론가(評論家)를 통해서 들었던 가사에 얽힌 이야기는, 어느 날 김민기 씨가 술에 취해 공동묘지(共同墓地) 근처에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깨어났을 때 느꼈던 감정(感情)과 주변의 풍경, 그때의 경험(經驗)을 토대로 가사를 쓴 것이라고 한다.

 

유신정권(維新政權)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금지곡 지정에는 군사독재(軍事獨裁) 특유의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떠오르는 태양은 새로운 시대, 묘지(墓地)는 민주화 투쟁(鬪爭)을 하다가 죽어간 사람들로 북한(北韓)의 지도자가 독재(獨裁)에 저항(抵抗)하다 죽은 남한(南韓) 인민(人民)들의 묘지를 넘어 공산주의(共産主義) 낙원(樂園)을 건설한다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한 빨갱이 몰이다.

 

비유(比喩)와 추상적(抽象的)인 가사지만 억압(抑壓)과 해방(解放)의 뉘앙스(nuance)가 풍기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김민기 씨 특유의 중저음(重低音)과 선율(旋律), 가사(歌詞)는 폭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던 유신독재 집권층(執權層)에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격으로 민중봉기(民衆蜂起)와 같은 공포감(恐怖感)과 거부감(拒否感)을 들게 했고 그래서 뚜렷한 이유 없이 금지곡으로 지정했을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시청 앞과 신촌 로터리 부근에 운집(雲集)한 100만여 군중(群衆)의 연령은 10대 청소년부터 20, 30대 청년, 40, 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했지만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아침 이슬'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그만큼 '아침 이슬'은 대중 친화적인 민중가요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부를 수 없어서 잇고 이어 불렀던 '아침 이슬'의 감동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격동(激動)의 시대적(時代的) 배경(背景)이 없었다 해도 '아침 이슬'은 명곡(名曲)이다. 김민기 씨의 중후(重厚)한 중저음에서는 숙연함과 서글픔이 느껴졌고, 힘차고 거침없이 내뿜는 양희은 씨의 '아침이슬'은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아침 이슬'을 노래하면 따라서 부르게 되고, 가슴이 벅차올라 기분이 좋아지는, 한국 가요사(歌謠史)에 길이 남을 명작(名作) 임에 틀림없다.

 

시대(時代)의 아픔을 보듬어준 노래 ‘아침이슬’은 김민기 씨를 체제(體制)에 순응(順應) 하지 않는 불온(不穩)한 가수로 만들었고 힘든 삶을 살게 했다. 그래서 그에게 미안하고 빚을 진 기분이다.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던 시대에 당연한 것을 되찾으려 당연한 노력을 한 김민기. 자신이 한 일을 드러내는 것을 철저히 거부했던 그는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學田)'을 차렸지만 안타깝게도 재정난과 투병으로 2024년 3월 15일 문을 닫았다.

 

<아침이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유툽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1s3gnueUvUw

 

2024년 5월 16일 아침 Mission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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