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는 글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마라

by 캘리 나그네 2021. 9. 17.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교육열이 남다르셨던 아버지는 중학교 3년, 여섯 번의 방학 동안 고향집 사랑방에 한문선생(漢文先生)을 초빙해서 한학(漢學)을 공부하게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천자문(千字文), 동몽선습(童蒙先習), 학어집(學語集),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완독(完讀) 암송(暗誦)했고, 사서삼경(四書三經)중 사서(四書)에 해당하는 대학(大學)을 읽다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 후 여름,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위해서 대학입시(大學入試)를 준비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한문 공부를 그만 둔 것이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그 당시 아버지는 우주(宇宙)의 모든 이치(理致)가 한학에 있고, 인간의 도리(道理)를 깨우칠 수 있는 학문은 한학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시대(時代)에 뒤떨어진 분이라고 생각했고, 천식(喘息)이 있어 기침을 심하게 하는 칠순(七旬)의 서당(書堂)선생 앞에서 한문 공부를 하는 것이 무척 싫었지만 그래도 두 분 덕분에 중, 고등학교 때 한문(漢文) 과목은 늘 좋은 성적을 유지했었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미국 이민초창기, 중국인(中國人)들이 많이 살고 있는 San Francisco에서 거주할 때 아파트에서 가까운 Golden Gate Park에서 자주 만나는 중국 노인(老人)들과 한문(漢文)으로 필담(筆談)을 나누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내 한문 실력에 놀라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문을 쓸 일이 거의 없어 예전에 알았던 한자도 기억에서 헷갈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블로그에 글을 쓸 때 괄호 속에 한문을 넣는 이유가 있다. 중학교 3년의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한문이 잊히는 것이 아쉽고, 오후 세시 무렵, 막걸리를 가득 채운 작은 주전자와 안주가 올려진 술상을 들고 가면 기침을 하면서도 무척 좋아하셨던 서당 선생님의 얼굴과 낮잠을 주무시고 있는 선생의 흰색 고무신 안쪽에 소똥을 쪼끔 발라놓고 고향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즐거워했던 악동(惡童) 짓을 떠올리며 철없던 그 시절을 추억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완독하고 대학(大學)을 읽을 때다. 선생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았거나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는지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편(交友篇)에 나오는 구절(句節)을 수시로 암송해보라고 하셨다. "不結子花休要種(불결자화휴요종),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無義之朋不可交(무의지붕불가교),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마라."

 

"相識滿天下(상식만천하),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한데, 知心能幾人(지심능기인),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인가. 酒食兄弟千個有(주식형제천개유), 술과 음식을 먹을 땐 형,동생이 많아도, 急難之朋 一個無(급난지붕일개무), 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하나도 없다."

 

대학(大學)을 읽고 쓰고 외우는 것도 어렵고 한문공부를 하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은데 굳이 다 읽은 책의 구절을 하루에 두세 번씩 외워보라고 하니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었다. '다 읽은 책을 왜 자꾸 외워보라고 하는 거야?' 하고 짜증도 냈었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세상을 살아보니 선생의 가르침이 결코 귀찮음으로 치부할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미국에 살면서 어떤 목적을 갖고 접근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하다가 조금 친해지면 아쉬운 소리를 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언제 봤냐는 듯이 안면을 몰수하고 관계를 단절(斷絕)해버린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의리(義理)를 무척 강조하고 의리(義理) 변치 말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의리라곤 파리 뭐만큼도 없는 사람들이 입만 벌리면 같잖게 의리 타령을 하는 것이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君子之交 淡如水(군자지교 담여수), 군자의 사귐은 맑은 물과 같고, 小人之交 甘若醴(소인지교 감약례),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다." 군자(君子)는 의리(義理)의 무거움을 알기에 그 사귐이 맑은 물처럼 투명하고 진중(鎭重)하지만, 소인배(小人輩)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의리를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다.

 

"路遙知馬力(노요지마력),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日久見人心(일구견인심), 날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겪어봐야 그 사람의 진가(眞價)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술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다시 말하면 뒤통수를 맞았을 때 배신감을 덜 느끼려면 사람을 사귈 때 쉽사리 마음을 주지 말고 오랜 시간 지켜보라는 얘기일 것이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천자문(千字文): 중국 양나라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책으로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句) 1,000자(千字)로 되어 있다. 자연현상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지식 용어를 수록하였고, 한문 학습의 입문서로 널리 쓰였다.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 사이에 책을 쓰고 머리털이 하얕게 세었다고 해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동몽선습(童蒙先習): 조선 중종 때에, 박세무(朴世茂)가 쓴 어린이 학습서. 오륜(五倫)의 요의(要義)를 간결하게 서술하고, 중국과 조선의 역대 세계(世系)와 개략적인 역사를 덧붙였다. 천자문(千字文)을 익힌 어린이들이 소학(小學)을 배우기 전에 공부하는 교과서로 널리 사용하였으며, 덕행의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학어집(學語集): 조선(朝鮮) 후기(後期)의 초학 교재(敎材). 1868년 고종(高宗) 5년, 朴載哲(박재철)이 학문(學問)에 관(關)한 글을 여러 책(冊)에서 뽑아 해설(解說)하여, 어린이들이 쉽게 읽고 그 뜻을 이해(理解)할 수 있도록 한 책(冊)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명심보감(明心寶鑑): 조선 시대,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 고려 충렬왕 때에 명신(名臣)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서 보배로운 말이나 글 163항목을 가려서, 계선(繼善) 천명(天命) 권학(勸學) 치가(治家) 따위의 24개 부문으로 나누어 배열 편집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대학(大學): 유교 경전인 사서(四書)의 하나. 공자의 유서(遺書)라는 설과 자사 또는 증자의 저서라는 설이 있다. 본디 예기(禮記)의 한 편(篇)이었던 것을 송의 사마광이 처음으로 따로 떼어서 대학광의(大學廣義)를 만들고, 그 후 주자(朱子)의 교정으로 현재의 형태로 되었다. 명명덕(明明德) 지지선(止至善) 신민(新民)의 세 강령을 세우고, 그에 이르는 여덟 조목의 수양 순서를 들어서 해설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사서삼경(四書三經): 사서와 삼경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사서(四書)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대학(大學)의 네 경전(經典)과 삼경(三經)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또는 역경易經)의 세 경서(經書)를 이른다.

 

 

 

2021년 9월 14일 미션픽 아침 산행 

'끄적이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 I Y(Do it yourself)  (0) 2021.11.15
예전 닉네임 '나그네'  (0) 2021.11.03
풍산개  (0) 2021.09.15
가을이면 생각나는 생선 전어  (0) 2021.09.11
베푸는 마음  (0) 2021.09.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