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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꿀밤'의 유래

by 캘리 나그네 2021. 5. 9.

2021년 5월 6일 Mission Peak

 

27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지관(地官)으로 유명했던 육관(六觀) 손석우(孫錫佑) 선생이 쓴 '터'라는 책이다. 상, 하권으로 출판된 이 책을 지금 구하려면 아마도 청계천 헌 책방을 뒤져야겠지만, 읽었던 책을 버리지 않고 지금껏 책꽂이에 모셔둔 덕분에 틈나는 대로 책장을 넘기며 두 권을 다 읽은 것이다.

 

젊었을 땐 책을 잡으면 집중해서 읽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나이 탓인지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들면 눈이 시려오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은 물론 엉덩이도 저리고 허리가 아파서 긴 시간을 앉아서 읽을 수가 없다. 그래도 한 페이지 두페이지 넘기다 보니 어느덧 상, 하권을 다 읽게 된 것이고, 기억나는 몇 대목을 블로그에 옮겨놓고자 하는 것이다.

 

 

2021년 5월 6일 Mission Peak

 

<꿀밤 유래>

 

조선시대 숙종대왕은 순행(巡行)을 좋아하는 임금이었다. 궁 안에서 국사를 돌보기보다 도성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을 은밀히 돌아다니길 즐겨했다.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직접 살펴 민심을 파악하는 데 역대 조선의 왕 중에서는 으뜸이었던 분이 바로 숙종 임금인 것이다.

 

구씨 성을 가진 유능한 호위병 한 사람만을 늘 가까이 두고 다녔는데, 이 사람의 호위 솜씨가 일당백이라 몸이 날래기는 표범과 같고 힘은 항우장사와 같았다. 숙종은 늘 민간복으로 깨끗이 차려입고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어느 날 삼척에 도착하여 자기와 생년일시가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벌을 천 통이나 치는 양봉꾼이었는데 숙종은 너무도 신기해서 그를 초대하기에 이른다. "나는 한양 사는 이동지라는 사람인데, 우리가 기이한 인연이니 한번 우리 집으로 놀러 오시게나." 하면서 아무 날이 되어서 어디 어디로 오라 말하고는 돌아왔다.

 

얼마 후 이 양봉꾼은 자신을 초청해준 준수한 용모의 선비 말대로 한양 구경도 할 겸 정말로 남대문을 들어오게 되었다. 마땅한 선물이 없어서 도토리 알맹이에 꿀을 재워서 한 통을 싸들고 그 선비가 오라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뿔사 경복궁이 아닌가?

 

왕 앞에 사지를 떨며 나서니, "어이쿠, 우리 친구 어서 오시게" 하면서 숙종은 회색이 만면이었다. 가져온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으니, 궁궐의 만조백관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라 눈이 자뭇 휘둥그레졌다. 숙종 임금이 먼저 맛을 보니 도토리의 떫은맛이 약간 남아 있긴 했지만 그 속에 든 꿀은 몇 달간이나 재워져 있었던 까닭에 희한한 단맛이 입 안에 가득히 퍼지는 것이었다.

 

숙종은 신하들에게도 권하며, 이 음식의 이름을 '꿀밤'이라 명했다 한다. 그러닌까 꿀밤이란 이름은, 숙종 때 처음 어명으로 만들어진 이름인 셈이다. 임금의 순행 뒤에 생긴 이름이니 꿀밤이란 그 이름은 꽤나 팔자가 좋은 이름인가 보다. 

 

글 출처: 육관도사의 풍수 명당이야기 '터' 하권 332쪽~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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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6일 Mission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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