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오르는 산이 있다. 미션픽이다. 아침 시간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점심식사 후 여유 있게 파킹을 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오르는 산이다.
오후에 오르는 미션픽은 뜨거운 햇볕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아서 조금 힘들지만, 반면에 오가는 사람이 거의없어 웃통을 벗은 채 걸을 수 있고, 소변이 마려우면 아무데서나 일을 볼 수가 있어 이 시간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내가 일주일에 두번씩 미션픽을 오르는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힘들게 산을 오른 후 쉼 없이 내려와서 냉수로 샤워를 하고, 몇조각의 얼음을 넣은 500cc 술잔에 맥주 한 캔과 보드카를 섞어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온 몸에 퍼지는 나른함이 좋기 때문이다.
더운 날 오후 혼자 오르는 미션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곁을 스쳐간 사람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일, 의리 변치 말자던 사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일.., 그리고, '가족 외에는 누구도 믿지 마라'고 하시던 아버지 말씀도 되새겨 볼 수가 있다.
(↓)양배추 겉잎을 머리에 올려놓고 모자를 쓰면 내려쬐는 햇볕 온도를 20도(화씨) 이상 낮출 수 있다.
양배추가 없으면 양상추(↑), 배추도 좋다.
이것 저것 다 없으면 솔잎이나 나뭇잎을 사용해도 된다.
하얀구름과 파란하늘이 아름다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
홀로 있는 저 여인은 미션픽 정상에서 자주 본다.
혼자서 흥에 겨워 노랠 부르거나 때론 배낭에서 쌍절곤을 꺼내 휘두르기도 한다.
여전히 핑크색 팬티와 반짝이는 스타킹을 신고 미션픽을 오르는 녕감님.
이 녕감님도 아침엔 사람이 많아서 오후에 오기로 했단다.
머리를 덮었던 양배추나 양상추는 입구의 나무 그늘에 서있는 소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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