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 나라 때 무림(武林)의 최고봉(最高峰)에 오르고자 하는 무술인(武術人)이 있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심지어 변소에 가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무술을 연마(硏磨) 해도 대회(大會)에 출전하면 2, 3등만 한다. 몸이 부서져라 노력해도 무림지존(武林至尊)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자 낙담(落膽)한 나머지 그 해법(解法)을 찾기 위해 명성(名聲)이 자자한 도인(道人)을 찾아갔다.
자초지종(自初至終) 이야기를 들은 도인(道人)이 그에게 48가지 무예(武藝) 수련법이 적혀있는 비서(秘書) 한 권을 건넨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장(章)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 책에 있는 무술(武術)을 습득하고자 하는 자(者)는 반드시 거세 정진(去勢精進) 연마(硏磨)를 해야만 최고 지존(最高至尊)에 오를 수 있다"
비서(秘書)를 얻은 무술인(武術人)은 고민에 빠졌다. 무림(武林)의 최고 지존(最高至尊)에 오르는 것이 평생소원이지만 거세(去勢=불알을 제거하는 것)까지 하면서 무술 연마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무림지존에 대한 열망이 워낙 강했던 터라 스스로 거세(去勢)를 한 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무예를 연마했다.
거세까지 하면서 죽어라 연마한 무예로 드디어 무림(武林)의 최고 지존(最高至尊)에 등극(登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존의 자리가 덧없고 거세에 대한 후회가 밀려와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서를 건네준 도인을 다시 찾아가 물었다. “도사님, 비서에 적힌 무술은 왜 거세를 하고 정진(去勢精進)해야만 무림지존이 될 수 있는가요?”
도인이 대답하길 “나는 그 비서의 저자(著者)가 아니고 번역만 했을 뿐이다. 원래 저자(著者)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조선(朝鮮) 사람이니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조선으로 가서 원작자(原作者)를 찾아 물어보거라.”
최고 지존(最高至尊)은 묻고 물어서 조선의 태백산 깊은 산중에서 살고 있는 책의 원저자(原著者)를 찾아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저자(著者)는 본인이 젊었을 때 쓴 책이라 기억이 아리송하다며 다락으로 올라가더니 먼지가 쌓인 원서(原書)를 찾아왔다. 그 책은 글자만 한글로 쓰여있을 뿐 동작을 표현하는 그림을 보니 자신이 거세까지 하면서 연마했던 비서(秘書)가 틀림없다.
그런데 책 마지막 장에는 한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책에 있는 무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자(者)는 반드시 조지 빠지게 연마를 해야만 최고 지존(最高至尊)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조선의 원서(原書)에는 ”조지 빠지게 연마하라”였지만 도인은 '조지 빠지게'를 거세 정진(去勢精進)으로 번역을 해서 한 남자의 부랄을 까게 한 전형적인 번역 오류의 민폐 사례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 1970년 대 중반 대전 육군 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 교관에게 들었던 5분 드라마를 편집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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