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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트레일

존 뮤어 트레일-6일차

by 캘리 나그네 2016. 8. 20.

 

 

아침이면 맞이하는 하루가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관심도 없는데 오늘이 7월 23일 토요일이란다. Glen Pass(11.926피트)를 넘기 위해 가장 근접한 곳에서 야영을 한 우린 4시 30분에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한다. 오늘 아침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을 끓여 마시며 쓰린 뱃속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권박사가 뜨거운 물에 타서 먹으라며 분유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넨다. 마시고 있던 뜨거운 물에 두어 스푼 넣어서 마시니 속이 한결 나은 것 같다. 칼로리 보충 차원에서 미숫가루 한 봉지를 섞어 마시니 명치 부분이 따뜻해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6시 정각에 출발해 차가운 아침공기를 가르며 Glen Pass(11.926피트)에 올라서니 오전 7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경사가 심한 Pass를 오르다 보니 명치의 통증이 심해진다.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으며 Glen Pass를 넘어서 1.9마일을 더 가니 60개의 호수가 산재해 있는 Sixty Lakes로 빠지는 트레일이 있고 Rae Lakes가 있다.

 

지도에 표시된 Rae Lakes 옆의 Ranger Station에 들러서 도움을 요청할까? 도움을 요청하면 헬리콥터를 부를까? 만약 헬리콥터가 온다면 내가 갖고 있는 카이저 보험으로 커버가 될까? 내일 넘어야 하는 Pinchot Pass(12.050피트) 전까지 가려면 얼마를 더 걸어야 하나? 통증을 참으며 오늘 목적지까지 갈 수는 있을까? 거미줄처럼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생각에 절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점심을 굶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Rae Lakes에서 3마일 떨어진 Arrowhead Lake(10.289피트)이다. 우린 여기서 16일째, 158마일을 걷고 있는 존뮤어 트레일 백패커 중 가장 어린 여섯 살 된 '세라'와 아이의 부모를 만난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교육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세라와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작별인사를 나누고 5마일쯤을 더 걸어가니 Woods Creek을 가로지르는 한 사람씩 통과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Suspension Bridge가 나온다. 쇠줄에 매달린 발판을 밟으며 흔들흔들 다리를 건너니 군생활 할 적에 유격장에서 세줄을 타고 협곡을 통과하던 기억과 쉼 없이 얼차려를 시키며 갈구던 조교놈들이 생각난다.

 

다리를 건너고 약 4마일을 더 가니 물이 흐르는 계곡옆에 텐트를 칠만 한 작은 공간이 있다. "오늘 약 15마일을 걸었고 내일 Pinchot Pass를 넘기 전까지 3마일이 조금 넘는 트레일은 경사가 거의 없는데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는 게 어떨까요?" 권박사의 의견에 이사장과 나는 군소리 없이 배낭을 내려놓고 계곡의 물속으로 들어간다.

 

 

 

우린 Glen Pass라 불리는 저 산의 왼쪽 낮은 부분을 넘어가야 한다. ↑

해가 뜨기 전 지그재그로 된 트레일을 따라 올라오는 이사장과 권박사 ↓

 

 

물기라곤 전혀 없는 Glen Pass정상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나를 반긴다  ↓

 

 

 

Glen Pass(11.926피트) 정상에서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Glen Pass를 내려오는 이사장 ↓

발바닥에 잡혔던 물집이 터져서 상처가 심해진 이사장의 고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름다운 호수 Rae Lake ↓

명치의 통증이 심해진 나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Ranger Station으로 가서 도움을 청해볼까? 하고 고민을 한다.

 

 

 

 

 

부모와 함께 16일째 158마일을 걷고 있는 여섯 살 소녀 세라와 이사장  ↑  

나는 이 아이와 부모를 보면서 미국의 저력을 보았고 수십조 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강을 파헤쳐 막아버린 전임 명바기 가카와 민족의 명산 설악산을 깎고 파헤쳐 케이블카와 호텔을 세우려는 강원도지사 최문순에게 존뮤어 트레일을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래 사진은 필자와 세라 ↓ 

 

 

 

Woods Creek을 한 사람씩 통과할 수 있게 설치해 놓은  Suspension Bridge  ↑  ↓ 

쇠줄에 매달린 흔들리는 발판을 밟으며 다리를 건너니 군생활을 할 때 유격훈련장 기억이 떠오른다.

 

 

 

 

 

 

 

Pinchot Pass를 약 3마일 남겨놓고 Creek 옆에 텐트를 친 우린 계곡에 뛰어들어 몸을 씻고 하루를 마감한다 ↑ ↓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RtkQtUtas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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