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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가는 천사의 섬 평일에 Alameda Habor Bay Ferry Terminal ↑ 에서 배를 타고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전망을 볼 수 있는 Angel Island에 다녀왔다. 섬 가운데 솟아있는 Mt. Livermore를 오르는 코스는 약 6마일의 Loop Trail로 3~4시간이 소요된다. 점심 식사는 산 정상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을 이용하면 된다. 1954년 California State Park으로 편입된 Angel Island는 1960년대 초반까지 주둔했던 군대가 철수하면서 섬 전체가 State Park이 되었다. 1910년부터 1940년까지 U.S. Immigration Station이 있던 이곳에서 심사를 받고 억류당했던 이민자들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일본, 독일인들을 내륙에.. 2025. 10. 3.
나홀로 길을 걷네 'Je vais seul sur la route'는 우리에게 '나 홀로 길을 걷네'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음악이다. 이 곡은 여러 버전이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18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러시아 출신 가수 'Svetlana de Loutchek'가 부른 곡이다. 1996년 발매된 이 음반은 전통 음악 모음집에 포함되어 '러시아 전통 민요'로 분류되기도 한다. '나 홀로 길을 걷네'는 1841년, 러시아 시인 M. Y. Lermontov가 쓴 시에 P. P. Булахов(Bulakhov(1854년)가 곡을 붙였다. 그 외 여러 음악가들이 곡을 붙였지만 가장 많이 알려져 공연 등에서 자주 쓰이는 버전은 1861년, Elizaveta Shashina(Елизавета Шашина)의 곡으로 대중에게 러시아 .. 2025. 9. 30.
가을 햇살 가을을 여는 아침 햇살이 새털처럼 물 위에 내려앉는다. 잔잔한 물결 속에 스며든 빛은 뜨거운 여름이 갔음을 말하고 부는 바람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물결의 작은 찰랑임 속으로 지난여름 걱정과 근심이 스며들고, 쪽빛으로 깊어진 하늘은 농부에게 풍성한 수확을 약속한다. 2025. 9. 26.
음악을 듣노라면 나는 음악(音樂) 듣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입학 후 '0시의 다이얼',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서 들었던 음악은 미국에 이민을 온 이후에도 곁에 있었고, 향수병(鄕愁病)과 건조한 이민 생활의 외로움을 음악으로 달래곤 했다. 지금도 산을 오르거나 아침 산책을 할 때면 스마트폰에 저장한 음악을 들으면서 지난 시절을 되새기곤 한다. 내가 즐겨듣는 음악은 잔잔한 올드 팝송이나 7080 가수들이 불렀던 조용하고 애잔한 노래다. 때론 강렬한 Hard Rock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조용한 음악을 더 좋아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예전에는 카세트테이프와 CD로 들었고, 한국을 방문하면 음반을 구매해서 운전할 때나 집에서 틈이 날 때마다 들었다. 음악이란 참 묘(妙) 하다. 쓸쓸한 음률(音律).. 2025. 9. 23.
가을에 쓰는 엽서 가을이 오면 빨간 우체통이 있는 문방구에서 엽서(葉書)를 구입하곤 했다. 가을의 빛깔이 묻어있는 듯한 엽서는 누구에게,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가끔씩 꺼내 들었고, 그때의 내 모습은 마치 길을 잃은 여행자(旅行者)가 지도 한 장에 의지하여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헤매던 것과 같았다. 요즘엔 손 글씨로 편지 쓸 일이 거의 없다. 더구나 내용이 드러나는 엽서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은 먼 옛날 얘기처럼 아득하다.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빠름을 편리함이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보낸 사람의 글씨를 눌러쓴 손끝의 온기(溫氣), 글자에서 배어 나오는 감정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다. 지금,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다면 젊은 날의 나에게 보내고 싶다.. 2025. 9. 19.
9월의 하늘 9월의 하늘은 한껏 높아져 있고, 그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맑은 선율(旋律)을 남기며 스쳐간다. 나무에 매달린 잎새들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나는 그 푸르름의 퇴색(退色)을 바라보며 내게 질문을 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물음은 말이 닿지 않는 마음속에서 회색(灰色)의 울림으로 오래도록 메아리친다. 술이 고팠던 시절의 친구들이 그립다. 열변(熱辯)을 토하던 허름한 선술집, 온갖 잡담(雜談)을 하며 죽치던 음악다방, 비 오는 저녁 무렵, 책가방을 옆에 끼고 꽁지가 빠지도록 함께 달렸던 골목길, 웃음과 고민, 뿌연 담배연기 가득했던 친구의 문간(門間) 자취방, 그 풍경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얼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자 속에 보관해 둔 오래된 편지들을 꺼내듯 기억에 저장해.. 2025. 9. 16.
저절로 나오는 소리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차를 타거나 내릴 때면 나오는 소리가 있다. “으샤” “끄~응”. 마치 오래된 녹슨 기계가 소리를 내듯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는 소리다. 그런데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40년을 함께 살아온 마눌님도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앉을 때면 "어챠" 집에서 스트레칭을 할 때는 "아야야". 지인들과 근교에서 하이킹을 하다 보면 그 풍경은 더욱 확연해진다.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주저앉을 때면 여기저기서 "으챠" "아이고"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이 내겐 묘한 위안(慰安)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은 소리와 리듬으로 합창하는 것에 동질감(同質感)을 느끼며 위로가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일상의.. 2025. 9. 12.
꿈이 남아있다 내겐 아직도 작고 소박한 꿈이 남아있다. 물 맑고 산 좋은 곳에 나만의 집을 짓는 꿈. 돌멩이를 모아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벽에 먼 곳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큰 창문을 낸 집. 바람결에 춤추는 억새풀로 지붕을 덮고 처마 끝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을 매달아서 은은한 바람 따라 맑은 소리를 흘려보내는, 몸하나 눕히면 되는 작은 집을 짓고 싶다. 집안 귀퉁이엔 녹슨 무쇠 난로를 놓아서 눈 오는 겨울날 山客이 문을 두드리면 난로에 고기를 구워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왔던 이야기로 꽃을 피울 수 있는 집. 작고 소박한 내 꿈이 現生에서 실현될지 아니면, 이루지 못할 꿈으로 머문다 해도, 꿈을 그리는 이 순간이 행복할 뿐이다. 2025. 9. 9.
내 안의 청춘 내 청춘은, 오뉴월 햇살처럼 뜨겁고 찬란하게 빛났지만, 거센 밀물처럼 밀려온 세월을 피하지 못했다. 푸르른 나무가 가을을 맞아 색을 잃어가듯, 시간 아래에서 내 청춘도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심장은 작은 호롱 불이 되어 이제 겨우 어두운 방 한편을 밝히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내달렸던 발걸음은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을 더듬으며 자꾸 느려져 간다. 그러나, 퇴화의 흐름 속에서도 내 안의 청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줄기 희미한 빛으로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머물고 있다. 2025. 9. 5.
가을의 문턱에서 초가을 햇살이 마당을 가득 채우면 내 마음은 어느새 가을색을 칠한다. 창밖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새들은 한껏 누그러진 햇살을 받아 빛나고, 바람은 살며시 나무속으로 스며든다. 서늘한 바람이 여름을 밀어내면 나는 풍성해질 가을의 문턱에서 시간 속을 방황하며 황혼으로 간다. 유툽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JpBz4pnXq7s 2025. 9. 1.
인생을 배운다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끼어들어 상처를 받고 말 한마디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땐 섭섭함과는 다른 감정이 몸과 마음을 헝클이곤 한다. 삶은 그렇게 숙제를 내주며 쉼 없이 화두(話頭)를 던진다. 나는 늘 틀린 답을 말하지만, 오답 속에서도 사람은 성장하기에 오늘도 답을 찾으며 인생을 배운다. 2025. 8. 28.
영근 벼는 고개를 숙인다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푸른 물결이 고개를 떨군다. 마치, 오래 기다린 인사를 건네는 듯. 햇살의 품을 받아 한 톨, 한 톨 영글어 온 겸손은 고개를 숙여 더욱 빛나고, 들판 가득 황금빛 약속을 채운다. 추석의 달이 차오르면 이 고개 숙인 벼들은 밥상 위에서 다시 인사할 것이다. 그때는 바람도 멈추고, 달빛도 숨을 고르며, 땀방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리. 2025. 8. 25.
외로운 길 위에 하늘 아래 넓고 넓은 땅에서 지친 내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단 한 뼘도 없다는 서러움이여.. 광활하게 펼쳐진 산하(山河)에는 산들바람이 가득 차 불어오고, 하늘은 저리도 맑고 파란데, 내 안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있어 침몰하는 배처럼 가라앉는다. 몸뚱이를 내려놓을 의자 하나, 거친 숨을 고를 나무 그늘 하나, 따스하게 맞아줄 사람의 품 하나, 그토록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어찌 이리도 멀리에 있는 것인지.. 지금은 기대어 쉴 곳이 없어도 내 마음속에 작은 쉼터 하나 지어서 잠시 짐을 내려놓고 쉬어가리라. 누군가의 소망과 소박한 바람이 외로운 길 위에 달빛처럼 스며들어 내 서러운 눈물과 맞닿게 된다면 지쳐버린 서로를 안고 위로해 주리라. 2025. 8. 21.
길에서 길을 묻다 짧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왔건만 여전히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한다. 걸어가는 구부러진 길모퉁이에서 시들어버린 나를 만나 길을 묻는다. '이 길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나는 미소 지으며 내게 대답한다. '인생길은 나도 처음 걷는 길일세.' 바람은 등 뒤에서 나를 밀고, 세월은 자동차처럼 빨리 달려간다.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지만 계절의 이름을 가슴에 담은 적 없다. 물은 굽이굽이 강을 따라 흘러도 내 마음은 늘 강가에 멈추어 있다. 대지를 달궈오는 태양을 보며 오늘도 길에서 길을 묻는다. 이 길은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또 한 걸음 힘겹게 길 위에서 발길을 재촉한다. 2025. 8. 18.
눈물-오세영 물도 불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슬픔을 가져본 자만이 안다. 여름날 해 저무는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 타오르는 노을을 보아라. 그는 무엇이 서러워 눈이 붉도록 울고 있는가. 뺨에 흐르는 눈물의 흔적처럼 갯벌에 엉기는 하이얀 소금기, 소금은 슬픔의 숯덩이다. 사랑이 불로 타오르는 빛이라면 슬픔은 물로 타오르는 빛, 눈동자에 잔잔히 타오르는 눈물이 어둠을 밝힌다 2025.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