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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시에라 트레일

하이시에라 트레일-7일차

by 캘리 나그네 2016. 8. 14.

 

 

맥주를 기대하며 11.1마일을 걸어 도착한 Bearpaw Meadow 매점에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 먼저 도착한 일행은 맥주캔을 들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늦게 도착한 나와 마눌님, 오교수가 맥주를 사고자 하니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녀석이 하이커들이 예약한 Dinner를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30분 후에 오란다.

 

맥주가 고픈 우리에게 1분의 시간을 내서 판매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 같지 않은데 쓸데없는 꼬장을 부린다. 된장 헐.. 칼자루 쥐고 있는 놈이 바빠서 못 팔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멱살을 잡고 팔라고 할 수도 없는지라 거친 말 한마디를 뱉은 후 Bearpaw Meadow 매점에서 0.1마일 떨어진 High Sierra Camp로 가서 백패킹 마지막 밤을 준비한다.

 

텐트 정리를 마친 오교수가 불을 지피고 나더니 맥주를 사러 다녀오겠다며 마시고 싶은 양만큼의 돈을 걷는다. 한 캔에 5불, 시중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차량이 통행하는 곳에서 12마일 떨어진 이곳까지 말에 실어와 판매하는지라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나와 마누라가 두 캔 씩 마실 요량으로 20불을 건네주고 불가에 앉아 오교수를 기다린다.

 

잠시 후 걸어오는 오교수의 손이 비어있다. "왜 빈손이야? 우리에겐 안 판대요?" "아까 욕했다고 기분 나빠서 안 판대요" "고뤠? 그럼 안 마시면 되지" 장난기 많은 오교수가 뒤돌아가더니 나무뒤에 숨겨놓은 맥주박스를 들고 온다. 그럼 그렇지.. 이윤이 목적인 장사꾼이 안 팔 리가 있나? 우리 속담에 '장사꾼은 한 냥을 벌기 위해 100리를 간다'라는 말도 있는데..(Bearpaw Meadow 매점에는 전기가 없어 맥주가 미지근하다)

 

미스터 박 아들을 제외한 일곱 명이 불가에 둘러앉아 뜨뜻 미지근한 맥주를 들이키며 이런저런 썰로 토론의 장을 연다. 이제 이 밤이 가고 나면 6박 7일의 하이시에라 트레일 백패킹도 끝이 난다. 오교수가 한번 더 맥주를 사 오는 수고를 해주고 우린 불가에 앉아 늦은 시간까지 잡담을 나누다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7월 2일(토), 하이시에라 트레일 백패킹 마지막 날이다. 옆 텐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밤에 마셨던 맥주를 뽑아내기 위해 텐트밖으로 나오니 엔지니어 미스터 정이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조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조금 더 누워있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그럼 다시 들어갈까요?" 말이 없고 거의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이따금 던지는 썰렁한 농담은 듣는 사람의 허를 찌른다.

 

나와 미스터 정이 대화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일행들이 텐트밖으로 나와 하이시에라 백패킹 마지막 아침을 준비한다. 식사를 마친 후 마실 물을 정수하고 텐트를 접고 배낭을 정리하니 아침 8시, 오늘은 Bearpaw Meadow에서 지난 토요일(6월 25일) 차를 세워두었던 Sequoia National Park Crescent Meadow까지 11.4마일(18km)을 걷는 마지막 일정이다.

 

평상시 속도로 걷는다면 목적지인 Sequoia National Park Crescent Meadow에 오후 2~3시쯤 도착할 것이고 여기서 다시 백패킹을 시작했던 동쪽 Horseshoe Meadow Trailhead로 가면 저녁 8시~9시쯤 될 것이다. 일행들이 축지법을 쓰는지 걷는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다. 마눌님도 발의 고통이 덜한지 쉬지 않고 걸음을 재촉한다.

 

전쟁통에 피난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돈을 받으러 가는 것도 아닐진대 엄청나게 빠르다. 땡볕을 흡수한 땅에서 내뿜는 지열에 숨이 막히는데 쉬었다 가자는 사람, 점심시간이 되어도 밥 먹고 가자는 사람이 없다. 부리나케 걷다 보니 오후 12시 30분, Crescent Meadow에 도착한다. 내리막 길이지만 배낭을 메고 11.4마일(18.2km)을 4시간 30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70마일, 6박 7일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동서로 횡단하는 하이시에라 트레일 백패킹이 끝났다. 수고 많았다는 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두대의 차에 나눠 타고 백패킹 출발지였던 Horseshoe Meadow로 간다. 가는 도중 Subway Sandwiche Shop에서 점심을 먹고 Lone Pine에서 Carl's Jr 햄버거로 저녁을 먹은 후 여덟 번째 밤을 보내기 위해 Horseshoe Meadow Campground로 간다.

 

 

 

Bearpaw Meadow에서 목적지 Crescent Meadow까지 11.3마일이 남았다  ↑

 

하이시에라 트레일 백패킹 마지막 밤을 보낸 High Sierra Campground에서

0.1마일 떨어진 Bearpaw Meadow로 올라간다  ↓

 

 

 

돌길을 걷다 보니 이런 나무다리도 만난다  ↓

 

 

중국인으로 보이는 가족이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

 

 

 

 

메마른 땅인데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

 

 

 

Eagle View에서 보는 독수리(빨간색 원안) ↓

 

 

 

 

 

 

커다란 나무밑에서 오교수와 마눌님  ↑  ↓

 

 

 

목적지인 Crescent Meadow에 가까이 오니 울창한 소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

 

 

 

 

 

 

 

 

 

여덟 번째 밤을 보내기 위해 Horseshoe Meadow Campground 로 간다  ↑  ↓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7aFvIhixE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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