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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다

by 캘리 나그네 2026. 7. 3.

 

어릴 적 고향에서 가난한 삶을 비관하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고 한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은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라고 다독여 주셨다. 가진 것 없는 고달픈 삶이어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귀하다는 생명 철학이 담긴 위로였다. 

 

요즘은 작은 좌절에도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뉴스를 보는 게 꺼려진다. 그들의 삶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착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고되고 팍팍한 현실을 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이다. 

 

지금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거창한 성취나 대단한 행복이 아니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주저앉고 싶은 날,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와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마음을 달래주고, 뜨끈한 국물에 들이켜는 소주 한 잔이 지친 하루를 위로해 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오직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다. 

 

죽음 뒤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슬픔도, 기쁨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도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도, 사랑하는 사람의 따스한 체온도 느낄 수 없다. 예상하지 못했던 어둠 속을 헤매고 있거나, 초라해진 기분에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옛 어른들의 생명 철학이 담긴 '개똥밭' 조언을 한번 새겨보자. 

 

꽃은 비바람을 맞아야 피어난다. 흔들려도 괜찮다.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다. 추운 겨울이 가면 따스한 봄이 오듯, 지난날을 털어내며 웃는 날이 찾아온다. 때론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치열한 삶의 전장(戰場)에서 이겨내고 있다는 증거다.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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