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는 글

수박을 나누고 싶다

by 캘리 나그네 2026. 6. 16.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참 짧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하루 해는 길기만 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방황하던 날들이었다. 

 

외로움에 지쳐 있던 그 시절의 하루는 어찌나 더디게 가던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긴 시간을 홀로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이 외로움을 어찌 견딜까' 중얼거리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바쁘게 살면 외로움이 덜할까 싶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황혼 길에 접어들었고, 예전과 다르게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지만, 모든 걸 내려놔서인지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길었던 외로움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지나온 내 삶이 마음에 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야속하게도 평생을 채워온 기억들은 세월이 갈수록 흐려져 간다. 이것 또한 인생의 순리이려니.. 

 

분주했던 삶을 마감해서일까? 하루가 너무 짧다. 해는 야속하리만큼 빠르게 서산에 걸린다. 하지만 해 질 무렵이 되면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들이 '그동안 애썼다'라고 말하며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다. 

 

후회하며 살기엔 남은 삶이 너무 짧다. 이젠 남겨진 날들을 조금 더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채워가려 한다. 그래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날, 소중한 사람들과 그늘에 앉아 시원한 수박 한 통을 나눠 먹고 싶다. 

 

거칠고 삭막한 세상을 함께 견디며 열심히 살아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잘 익은 달콤한 수박 한 조각을 건네고 싶다. 작은 도마 위에 싱그러운 수박을 쪼개, 다시는 오지 않을 2026년 여름의 추억을 묻혀서...

 

고향 친구가 카톡으로 보낸 잘 익은 수박 사진

'끄적이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년의 동행  (0) 2026.06.22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  (0) 2026.06.18
나는 행복한 사람  (0) 2026.06.12
여름날의 동행  (0) 2026.06.10
홀로서기에서 대권으로  (0) 2026.06.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