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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

by 캘리 나그네 2026. 6. 18.

 

"Timing is everything",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이다. 타이밍은 운이 아니다. 우리의 삶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 같은 능력, 같은 노력이라도 어느 상황, 언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도 타이밍에 따라 대박과 쪽박으로 갈린다. 들어갈 시기와 빠질 시기를 아는 사람이 가장 높은 효율을 낸다.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정치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는 찰나를 포착하는 타이밍 싸움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갈 줄 알고, 제때 빠질 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탁월한 정치인은 타이밍을 잡을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몰락을 자초한 인물들도 있다. 

 

1990년대 민주당의 한 축을 이끌었던 이기택 총재는 타이밍의 정치를 하지 못해 대권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 잔류파를 이끌며 정면 대치했다. 당시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웠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타협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개혁적 통합을 이뤄냈어야 했다. 

 

2014년 정계 은퇴 후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 토굴에 칩거하던 손학규 전 대표도 타이밍을 놓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던 골든타임을 지나, 다소 때늦은 2016년 만덕산을 내려오며 신선함을 잃었다. 2019년 바른미래당 대표 시절에는 당내의 거센 사퇴 요구에도 끝까지 자리를 고집했다. 

 

손학규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당권을 내려놓고 계파를 포용하며 대표직에서 아름답게 물러났다면 지금까지도 '정치 원로'의 예우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친 똥고집은 결국 당의 공중분해와 개인의 정치적 고립으로 귀결되었고, 결국엔 존재감마저 희미해진 '잊힌 인물'이 되고 말았다. 

 

최근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당 대표 사퇴 논란은 '타이밍 정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한동훈 의원은 여야 양당의 극심한 견제를 뚫고 부산 북구갑 험지에서 살아 돌아오며 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재입증했다. 

 

만약 장동혁 대표가 선거 직후, 한동훈 의원을 대승적 차원에서 복당 시키는 '대인배의 타이밍'을 잡았다면 어땠을까?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보수 대통합'이란 명분으로 덮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그릇 크기를 과시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지금은 당대표 사퇴도 거부하며 옹졸한 행보로 당내 의원들의 비판과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란 진퇴(進退)의 시점을 포착해야 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명분과 때를 얻지 못하면 공염불이 되듯, 막강한 권력을 쥔 지도자도 물러날 때를 놓치면 추하게 몰락한다. 반면에 적절한 타이밍에 반대편을 품어 내 편으로 만들거나 명분을 선점하는 포용의 정치는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최고의 전략이 된다. 

 

과거 만덕산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 이기택 총재가 그랬듯, 위기의 순간에서 ‘조금만 더’를 외치다 타이밍을 놓친 이들의 말로는 늘 쓸쓸했다. 대중은 영리하다. 지도자가 당과 국민을 위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직관하고 매의 눈으로 감시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능한 정치인은 타이밍을 지배하는 사람들이었다. 정치에서 타이밍이란 단순히 때를 잘 맞추는 요령이 아니다. 자존심을 꺾고 대세를 받아들이는 포용의 용기이며, 내가 가진 기득권을 과감하게 던져 더 큰 미래를 도모하는 내려놓음의 미학이다. 장동혁 대표의 행보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지금 한동훈 의원을 품는 것은 패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는 길게 봐야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다. 대중은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권력은 누리는 자의 것이 아닌 타이밍을 지배하는 자의 것이다. 그리고 좋은 타이밍은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용기를 지닌 자가 가질 수 있다.

이미지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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