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했던 나는 정치인을 평가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참여정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그는 노무현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런데 2026년 6월 3일, 부산 북구 갑 보궐선거에서 노무현을 보았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배려심과 소탈함,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퇴임 후 봉하 마을을 찾은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막걸리 잔을 나누던 강강약약(強強弱弱)의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렸다. 강강약약,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세상의 생리는 강자에게 엎드리고 약자를 밟고 올라서는 강약약강(強弱弱強)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의원을 규정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스마트함’과 ‘논리성’일 것이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정확한 팩트와 명징(明澄) 한 언어로 대중과 소통한다. 그러나 그의 지성은 논리에만 머물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는 인간성으로 나아간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보인 낮추면서 소통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내게 울림을 준 이유다.
강자에게 강한 한동훈 의원은 과거 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권력과 기득권을 마주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 눈치를 보거나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로 거대 정당의 오만함에 당당하게 맞서던 모습은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전두환 군부독재 권력자들과 재벌을 향해 호통치던 노무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물론, 한동훈은 노무현이 아니다. 살아온 궤적도, 정치적 기반도,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국민을 대하는 진심이라는 본질만큼은 닮았다고 확신한다. 문재인의 우유부단(優柔不斷)과 행동하지 못하는 유약함에 따른 정책적 실패에 많은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면, 한동훈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추진력과 강단 있는 '강강약약'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단한 영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불의한 세력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는, '살아있는 상식'을 기다릴 뿐이다. 권력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낮춰 동료 시민과 눈을 맞추고, 기득권의 횡포에 굴하지 않는 '강강약약'의 야성(野性)이야말로 내가 원하고 그리워하는 지도자의 원형이다.
명확한 비전과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정책적 실패를 줄이고, 약자를 보호하는 강인한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한동훈 의원이 증명해 나가야 할 숙제이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국회를 장악한 거대 권력 앞에서 굽히지 않는 당당함으로 강강약약의 길을 끝까지 가는 것을 기대해 본다.
※ 명징(明澄): 생각, 논리를 설명할 때 모호함 없이 명확하고 분명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명징한 언어'는 돌려 말하지 않고, 듣는 사람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명확하게 핵심을 짚는 화법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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