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란 정교한 수 싸움이 있는 바둑판과 같지만, 때론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과 오만이 승부를 가르는 생물(生物)과도 같다. 2026년 1월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일련의 인위적인 배제의 정치를 보면서, 정당의 리더가 지닌 정치적 감각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금 목격하게 되었다.
상대를 완벽하게 무력화하기 위한 가장 잔인한 방법은 ‘가둬서 말려 죽이는' 이른바 고사(枯死) 전략이다. 만약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이라는 인물을 제명이 아닌, 당적을 유지시키는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로 묶어두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정당법과 공천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꼼짝없이 다음 총선까지 2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장동혁 지도부는 6.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2년 후 차기 총선 국면 내내 당내에서 끊임없는 지분 싸움과 잡음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던 모양이다. 내부 총질 리스크를 안고 가느니, 아예 '남'으로 밀어내고 정면 승부를 보는 게 깔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별을 서둘렀고, 꺼내든 극단의 카드가 바로 제명이었다.
당내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리스크를 조기에 잘라내겠다는 정무적 계산이 있었겠지만, 이 성급한 악수(惡手)는 결과적으로 천재적 두뇌를 가진 한동훈이라는 호랑이를 넓은 들판에 풀어주고 날개까지 달아준 꼴이 되었다. 독자적으로 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라는 최고의 탈출구를 열어준 셈이다.
장동혁 지도부의 이런 행태는 수구 보수의 낡은 정치 문법이자,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주는 행위다. 지금 건전한 보수층이 원하는 것은 권위주의나 진영 논리에 매몰된 보수가 아니다. 법치와 공정, 실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하고 세련된 보수, 중도층과 2030 세대까지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는 외연 확장성을 가진 합리적인 리더의 등장이다.
나 같은 중도 성향(中道性向)의 사람들조차 '한동훈'이 국회에 입성하길 바라고 있는 것은 망가진 보수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과 정치권 세대교체를 향한 갈증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현상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생존기로만 볼 수 없다. 한동훈을 향한 대중의 지지 저변에는 젊고 건전한 보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쫓겨난 한동훈이 제명 조치를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아 국회에 입성한다면, 그는 보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우뚝 서며 새 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적당히 밟으면 죽지만, 너무 세게 밟으면 영웅이 된다"는 정치권의 해묵은 격언, 이번에도 증명이 될 것인지 부산 북구갑의 최종 성적표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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