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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

by 캘리 나그네 2025. 3. 17.

 

윤석열 구속 취소 후 우파(右派) 유투버들이 패륜잡범 이재명의 몰락(沒落)을 예언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예언 또한 좌파(左派) 유투버들과 더불당이 써먹고 있는 음모론(陰謀論)처럼 억측(臆測)과 적개심(敵愾心)을 담았다. 우리 사회는 좌우 사방으로 음모론이 가득하다. 언제부터 음모론의 늪에 빠진 사회가 된 것일까?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기억이 없듯 그 시점(時點)을 정확하게 꼽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모든 음모론이 그럴듯하고 한편으론 재미도 있다. 나처럼 범죄(犯罪) 백과사전 이재명을 지극히 혐오(嫌惡)하는 사람들에겐 우파 유투버들의 음모론이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마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성적(理性的) 논리보다 음모론에 지배당하는 사회는 단순화(單純化)의 지향(志向)과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우월감(優越感)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사회를 분열(分裂)시키고 민주주의 근간(根幹)을 흔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思考)와 합리적 논의(論議)일 것이다. 이런 것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정치꾼들을 비롯해 언론(言論)과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투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음모론을 만들고 이용해 지지율을 높이고 구독자를 늘려 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다.

 

고 김새론 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論難)도 그렇다. 대중(大衆)은 며칠 만에 고인의 연애사(戀愛史)를 다 아는 것처럼 떠들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당시 고인이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남자 배우를 파렴치한 소아성애자(小兒性愛者)로 낙인찍는다. 나는 그 남자 배우를 알지 못하고 젊은 배우들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과거 김새론 배우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을 때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을 하던 누리꾼들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비록 변명(辨明)을 늘어놓더라도 당사자가 해명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져야 함에도 성질 급한 우리 사회는 '그랬다더라'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온갖 악플로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도 그랬다.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悲劇) 속에서 단 한 줄의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irony) 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욕하던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眞實) 규명보다는 자극적인 음모론에 열광(熱狂)하고 핏대를 세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서로를 부축해 걸어가는 것처럼 위태롭다. 냉철한 판단력(判斷力)과 인내심(忍耐心)이 실종된 사회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전파하는 것보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당사자의 변명 내지는 해명(解明)을 들어주는 여유를 갖자.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滋養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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