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옮겨온 글

온유(溫柔)에 대하여

by 캘리 나그네 2023. 12. 27.

 

 

온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그 사람 빈집 안의 작은 불꽃이

오늘은 더욱 맑고 섬세하구나.

겨울 아침에 무거운 사람들 모여서

온유의 강을 조용히 건너가느니

주위의 추운 나무들 눈보라 털어내고

눈부신 강의 숨결을 받아마신다.

 

말과 숨결로 나를 방문한 온유여,

언 손을 여기 얹고 이마 내리노니

시끄러운 사람들의 도시를 지나

님이여 친구가 어깨 떨며 운다.

그 겸손하고 작은 물 내게 묻어와

떠돌던 날의 더운 몸을 씻어준다.

 

하루를 마감하는 내 저녁 속의 노을,

가없는 온유의 강이 큰 힘이라니!

나도 저런 색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불타는 뜬구름도 하나 외롭지 않구나.

 

- 마종기 -

 

2023년 12월 25일 아침산책

'옮겨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한다는 것  (0) 2024.01.14
한 해, 당신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0) 2024.01.01
원시(遠視)-오세영  (0) 2023.11.28
눈물을 가슴에 담은 이들에게-이수인  (0) 2023.11.20
억새-홍수희  (0) 2023.1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