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오므리고 곤히 주무시는
엄니의 손가락을 살며시 펴보았다
사포(沙布)처럼 거친 손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의 흔적만 남아있다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한 살 연상이었던 농부의 아내가 되어서
혹시라도 잘못될까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시며
앞세운 자식 없이 7남매를 키우신 우리 엄니
당신을 위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대바구니 옆에 끼고 호미 한 자루 손에 쥐고
밭으로 나가 농사일만 하시다가
낡은 옷 몇 벌과 닳은 신발을 남겨놓고
서럽고 고단했던 일생을 마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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