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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비 오는 날엔 군고구마

by 캘리 나그네 2023. 3. 1.

고구마

 

내가 사는 북(北)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우기(雨期)다. 과거 몇 년 동안 강우량(降雨量)이 부족해서 가정의 잔디에 물을 주지 말라는 시청(市廳)의 공문(公文)을 받기도 했었지만 이번 우기는 비가 오는 날이 잦다 보니 산책길 공원에 있는 나무가 쓰러지고, 정전이 되고, 여기저기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뜬다.

 

나는 어제,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이면 벽난로를 피워놓고 불멍을 때리면서 옛 생각, 고향생각에 잠기곤 한다. 가끔은 알루미늄 포일(aluminium foil)에 싼 고구마를 불에 익혀서 구수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광주(光州)에서 자취하던 초등학교 시절, 연탄불 아궁이 함석 위에 고구마를 올려서 구워주던 작은 누님을 회상(回想) 하기도 한다.

 

조선 초기에는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했다. 단맛이 나는 덩이줄기라는 뜻이다. 영조 때 문신(文臣) 조엄(趙曮) 선생이 들여온 뿌리채소라는 뜻으로 조저(趙藷)라고도 했다. 감자와 고구마는 원산지가 남미(南美)로 한반도에 들어왔을 당시엔 명칭이 구분되지 않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작물이어서 각각의 명칭이 필요했던 것이고, 감자는 감저(甘藷)가 되었다.

 

감자, 고구마는 땅이 기름진 곳에서는 재배가 어렵다. 보통의 식물은 땅이 기름진 곳에서 잘 자라지만 감자와 고구마는 기름진 땅에 재배하면 토양부패균에 저항하느라 줄기 또는 뿌리가 제대로 크지 못한다. 국토(國土)의 70%가 산지(山地)인 우리나라의 척박(瘠薄)한 땅에서 다량으로 재배, 수확이 가능한 작물(作物)이 고구마와 감자다.

 

생으로 먹기 힘든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생으로 먹을 수 있고 맛은 생밤과 비슷하다. 생고구마는 찌거나 구운 고구마와 달리 즙(汁)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색다른 맛이 있다. 고구마는 싹이 나도 먹을 수 있고 잎과 줄기도 먹을 수 있지만, 감자는 싹이 돋으면 싹눈에 들어있는 솔라닌(solanine)같은 독성(毒性 )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먹는 방법은 취향에 따라 김치와 같이 먹거나 소금에 찍어먹는다. 속 색(色)이 진한 '자색고구마'는 진한 보라색 때문에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기도 하지만 껍질채 생으로 먹을 수 있고 굽거나 쪄서 먹기도 한다. 튀김, 전, 고구마 케이크 재료로도 쓰이며 빵이나 떡을 만들 때 자색고구마 가루를 섞으면 색깔이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에 좋은 식물이다. 줄기는 껍질을 벗겨 나물이나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고구마가 변비에 좋은 이유는 섬유질이 대장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고구마 껍질에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고구마를 먹은 후 나오는 방귀 냄새를 중화시켜 준다. 방귀 냄새가 걱정인 사람은 껍질째 먹을 것을 권한다.

 

고구마는 조리방법에 따라 칼로리가 달라진다.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쪄먹는 것이 좋고, 벌크업(bulk up) 하는 사람은 말랭이로 만들어서 먹으면 좋다. 고구마는 익혀도 비타민과 섬유질이 거의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미용(美容)에 좋지만 이것은 찐 고구마와 군고구마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고구마를 튀겨서 먹으면 칼로리는 당연히 수직 상승한다.

 

고구마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셨던 음식이라고 한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려서부터 고구마를 실컷 먹고 싶어 하셨다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입맛은 변하지 않으셨는지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거주할 당시에는 청와대 조리사들이 오븐에 고구마를 구워 주면 맛나게 드셨다는 일화(逸話)도 있다.

 

벽난로에 불을 피운다

 

나무를 더 넣지 않고 불길이 약해지길 기다린다

 

고구마를 알루미늄 포일에 싼다

 

얇은 철판에 고구마를 담아 장작 받침대 밑에 놔둔다

 

10분도 채 되지않아 먹음직스럽게 고구마가 익었다

 

껍질을 까서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장작이 불타고 있는 벽난로  ↓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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