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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고향이야기(유다리)

by 캘리 나그네 2022. 1. 2.

 

 

어지간 해선 내의(內衣)를 입지 않고 겨울을 나곤 했던 내가 2022년 새해 첫날 아침에 내복(內服)을 껴입고 산책을 나가야 할 만큼 날이 춥다. 길가의 지붕, 공원의 풀밭엔 하얕게 서리가 내려앉았고,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지는 입김은 코를 훌쩍이면 양쪽 콧구멍이 얼어붙어 찰그락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던 매서웠던 한국의 겨울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추운 날엔 통신병으로 군생활(軍生活)을 했던 태기산 꼭대기의 혹독했던 겨울이 생각나지만, 3학년까지 다녔던 고향(故鄕)에 있는 초등학교 시절의 겨울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방학, 일요일, 공휴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약 4km의 거리에 있던 학교로 등하교(登下校)를 하기 위해 멀고도 험한 길을 왕복했던 그 시절의 겨울이다.

 

남도(南道)의 농촌(農村)에 있는 산(山)은 거의가 나즈막하다. 그래서 바람막이가 없는 탓에 허허벌판을 지나쳐 몰아치는 삭풍(朔風)은 눈물, 콧물은 물론 몸을 바싹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다. 왕복 8km의 비포장 신작로(新作路) 길을 까만 타이어표 통고무신을 신고 걷다가 넘어지면 어찌나 아픈지 울기도 했었고, 면소재지(面所在地) 가까이 있던 '유다리'를 건널 때 불어오던 바람은 60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 혹독한 추위였다. 

 

'유다리'라고 불렸던 다리는 일제 강점기(日帝強占期) 때 만들어진 작고 낡은 목재(木材) 교량(橋梁)이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나 갈만 한 비좁은 다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상판(上版)의 흙이 파여서 구멍이 뚫렸고, 뚫린 구멍 밑으론 흐르는 개울물이 보였다. 그리고 몇 대 다니지 않았던 버스는 다리 위를 통과할 때 승객들을 차에서 내리게 했고, 무너질 것 같은 구멍 뚫린 다리를 조심조심 곡예운전을 해서 통과하기도 했다. 

 

우리 고향마을은 약 400여 년 전에 형성된 자작일촌(自作一村)이다. 거주민(居住民) 대부분이 같은 성씨(姓氏)를 가진 일가친척(一家親戚)으로 4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이다. 그래서 등하교(登下校) 길을 같이했던 교우(校友)들 중엔 촌수(寸數)가 높아서 아재 또는 할아버지 뻘 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때 우리는 촌수(寸數)와 항렬(行列)보다는 나이를 우선으로 해서 나이가 많으면 형, 작으면 동생으로 구분짓곤 했었다.

 

성씨(姓氏)가 같은 일가친척이라는 정(情)때문인지 다른 마을 아이와 싸워서 맞기라도 하면 고학년(高學年) 형들이 찾아가서 대신 때려주기도 했고, 삭풍이 몰아치는 유다리를 건널 땐 저학년(低學年) 동생들을 감싸 안고 걸으며 찬 바람을 막아 줬다. 그리고 아침에 등교하기 위해 모이는 마을 어귀에서 눈 쌓인 길을 걷기 좋으라고 새끼줄로 고무신을 묶어주기도 했었다. 

 

그 시절 형님들 중에는 질병을 이기지 못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이 있다. 생존해 계신 분들과 가끔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교환하기도 하지만 그분들도 나처럼 삭풍(朔風)이 불어오던 '유다리'의 추위를 기억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드는 것이다. 2022년 새해 첫날을 덮은 서릿발 추위가 잊혀졌어도 괜찮을 작은 추억을 불러냈다고나 할까? 아무튼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에도 나는 그 시절의 고향과 사람들이 그립다는 얘기를 주절거리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작고 낡았던 목재(木材) 교량(橋梁) '유다리'  ↓

지금은 왕복 2차선의 철근 콘크리트 다리로 변했고,

허허벌판이었던 다리 주변은 건물, 전신주, 도로 표지판이 서있다.

(이미지출처/네이버지도 캡쳐)

 

 

산책길에 있는 이웃집 지붕에도 서리가 내렸다

 

서리(Frost)

수증기가 침착(沈着)하여 지표나 물체의 표면에 얼어붙은 것으로, 늦가을 이슬점이 0℃ 이하일 때 생성된다. 서리는 춥고 맑은 새벽, 땅 표면이 냉각되어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발생한다. 즉, 0℃ 이하의 온도에서 공기 중의 수증기가 땅에 접촉하여 얼어붙은 매우 작은 얼음이다. 서리의 결정 형태는 눈의 결정 형태와 같다.

 

서리가 만들어질 때 수증기 1g당 약 80cal의 열이 방출된다. 이 때문에 서리가 내릴 때는 땅 표면의 온도가 천천히 내려간다. 그러나 그 열도 곧 대기로 방사되어 없어진다. 반대로 이미 내린 서리는 해가 떠오름에 따라 녹기 시작하는데, 이때에도 역시 1g당 약 80cal의 열을 흡수한다. 서리가 있을 때, 땅 표면이 따뜻해지는 정도가 늦어지고 기온 상승도 늦어진다. 그래서 서리 내리는 날 아침은 춥다. 서리는 어느 정도 날씨가 추울 때 생긴다.

 

서리 내린 날은 오히려 따뜻하다. 서리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 내린다. 맑고 춥더라도 바람이 강하면 수증기를 쓸어가기 때문에 서리는 생기지 않는다. 맑고 바람이 없는 날은 햇볕도 많이 내리쬐고 따뜻해진 지표면의 공기도 날아가 버리지 않아 따뜻하다. 서리가 녹으면서 지표 부근의 기온 상승이 늦어져도, 떠오르는 따뜻한 해와 불지 않는 바람으로 서리가 내린 날은 오히려 따뜻하다. 서리 내린 날이 따뜻한 이유는 서리 때문이 아니라 서리를 내리게 한 기상 조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리 발생의 기상조건

서리가 내리기 쉬운 기상조건은 비가 오고 2~3일 후 강력하고 찬 북풍이 불어 낮 최고기온이 18℃ 아래로 내려갈 때이다. 또 저녁 6시의 기온이 7℃, 밤 9시의 기온이 4℃ 아래로 떨어져도 발생하기 쉽다. 해가 지고 난 뒤 한 시간에 0.8℃ 이상씩 기온이 떨어지면 서리가 내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야간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여 별이 뚜렷이 관찰될 때 발생하기 쉽다. 그러나 자정 기온이 크게 내려가도 바람이 불어 엷은 구름이 나타나면 서리는 발생하기 어렵다.

 

서리피해

서리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농작물이 저온에 접하면 조직을 동결시켜 파괴한다. 세포막이나 엽록체의 막이 경화되어 파괴되거나, 세포가 말라죽는다. 이슬점: 일정한 압력 하에서 온도를 내려서 공기가 포화되는 순간의 온도. 노점(露點)이라고도 한다. 승화: 물질의 상태변화에서 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로 변하거나 기체가 직접 고체로 변하는 현상이다.

 

출처: 서리[frost] | 두피디아 (doopedia.co.kr)

 

 

공원의 풀밭에도 서리가 내렸고  ↑ ↓

 

 

 

 

아이들이 없는 초등학교 운동장 풀밭에도 서리가 내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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