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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작은 행복

by 캘리 나그네 2020. 11. 3.

 

2014년 7월 1일 태어난 체리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6년 4개월이 된 녀석은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식사를 마치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산책을 가자고 보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약 4마일(약 6.4km) 가량을 걷는 녀석의 몸은 군살이 없고 단단한 근육만 있다.  

 

 

 

덩치 큰 반려견의 대략적인 수명(壽命)이 10년~15년이라고 한다.

6년 4개월이 된 체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

 

피곤한 개가 행복한 견생(犬生)을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열심히 산책하면서

건강을 유지시켜주면 예상되는 이별보다 우리 곁에 더 있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들이 체리를 보면 'Beautiful dog'  'Gorgeous dog'이라고 한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많은 반려견을 겪어봤지만 체리처럼 예쁜 아이는 본 적이 없다. 

 

녀석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녀석의 미소는 상념(想念)을 없애주고 입가에 웃음를 짓게 한다.

 

나는 체리를 쓰다듬어 줄 때면 늘 이런 말을 해주곤 한다.

"체리야, 다음 생(生)은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돈많은 부잣집에 예쁜 딸로 태어나서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아라"

 

 

 

체리와 산책을 끝내면 짧은 시간 동안 Yard work을 하고 점심식사를 마친 후 미션픽을 오른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르는 미션 픽은 집에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여름 산불 때문에 두 달 보름 가량 미션 픽을 오르질 못해선지 

종아리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느슨해진 느낌이 들고 몸의 근력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올라갈 땐 다리 근력을 키우기 위해 경사가 심한 Horse Heaven Trail을 걷는다.

 

 

 

정상에 도착하니 몸매가 아름다운 젊은 동양여성과 근육질 상체를 가진 동양 남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온몸의 기를 모으고 모아서..

 

 

젊음, 청춘...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다. 

 

 

내게도 저들처럼 혈기 왕성했던 젊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서도 미션픽을 오르면서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게끔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산을 내려갈 땐 무릎에 부담이 가는 Horse Heaven Trail를 피하고 

경사가 완만한 소방도로 Ohlone Wilderness Trail를 걸어서 주차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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