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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소박한 수확

by 캘리 나그네 2020. 8. 30.

농약은 물론 비료도 주지 않고 오로지 물만 줬는데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고추와 토마토가 열렸다. 수확한 풋고추와 토마토를 물에 씻어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으니 보는 눈이 즐겁고 흐뭇하다.

 

고추를 보니 어렸을 적 무더웠던 고향의 여름이 생각난다. 그 시절 고향 어르신들은 영양가라곤 없을 것 같은 꽁보리밥을 물에 말아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드시고도 힘든 농사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지금은 논밭에서 일을 하다가 중국집에 전화해서 시켜먹기도 한다지만, 전화는 커녕 전깃불도 없던 그 시절엔 논두렁 밭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알루미늄 주전자에 담겨있는 물을 꽁보리밥 그릇에 부어 밭에서 따온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먹으며 점심 한 끼를 때우곤 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무슨 소릴 하느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물에 말은 꽁보리밥과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먹던 그 시절의 여름이 그립기만 하다. 가난했지만 인정이 넘쳤던 그때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제 그 고향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ㅠ 

 

 

부엌 앞에 있는 작은 텃밭에 고추와 토마토를 심어 몇 번에 걸쳐서 따먹고 있다. 

 

향이 진한 깻잎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인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는데...ㅠ

 

한국 마켓에서 사 온 씨앗으로 모종을 한 고추가 먹음직스럽게 매달렸다.

 

토마토 씨앗은 Home Depot에서 구입해 모종한 것이다. 

열매는 작지만 찰지고 맛있는 품종이다.

 

고추가 매워 보이지만 맵지 않고 사각사각한 맛이 있다.

 

오늘 수확한 토마토와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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