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호랑이도 죽을 때면 제 굴에 가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가 되면 언덕을 향(向)해 머리를 두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은 예기(禮記) 단궁 상편(檀弓上篇)에 나오는 말로 사람이나 짐승은 죽어서 자신의 근본(根本)인 고향(故鄕) 땅에 묻히고 싶어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사수구(狐死首丘)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공부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와서 30년의 세월이 넘는 동안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고향은 지금도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채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나를 이끌곤 한다.
학창 시절 방학 때면 어김없이 갔던 고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시간나는 대로 찾았고, 그때마다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옛 추억을 끄집어내 낄낄거리면서 시간 속 여행을 하곤 했다.
꿈에도 그리운 고향은 많이 변했다. 아직도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친구는 통화를 할 때마다 고향 얘기를 하는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기억하는 고향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사람도, 인정도... 모든 것이 다 변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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