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는 취미 삼아 고압선 전봇대 밑에 밭을 일궈서 농사를 짓는 이태리 이민자가 있다. (관련 글 보기 ☞ http://blog.daum.net/cahiker/1796?category=279884) 오늘도 어김멊이 체리를 데리고 그곳을 지나가는데 기다렸다는 듯 나를 보더니 오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한국사람들 중에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당연히 좋아한다고 하니 한국인들은 오이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 묻더니 먹음직스럽게 생긴 오이 세 개를 따주면서 씨앗을 받으면 나눠줄 테니 내년에 심어보라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 오이와 똑 같이 생긴 것이 옷에 쓱쓱 문질러 날 것으로 먹어도 될 것 같다.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띄는 큰 것은 껍질에서 쓴맛이 날 것 같아 마눌님 얼굴 마사지용으로 쓰고 나머지 두 개는 점심때 오이냉국을 만들어서 먹어야겠다.
오이를 들고 집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다. 오이 세개에 행복을 느낀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 가끔 보는 타인종이 이름은커녕 어디서 사는지 조차 모르는 내게 힘들여서 농사지은 오이를 따서 주는 그 마음이 더없이 고맙다.
나는 저사람에게 뭘 줘야 하나? 포천 이동막걸리? 진로 쏘주? 막걸리는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버릴 수도 있지만 소주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오이씨를 얻고 나면 술을 마시는지 물어보고 쏘주나 한병 갖다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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