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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오이 세개가 주는 행복

by 캘리 나그네 2020. 7. 26.

아침마다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는 취미 삼아 고압선 전봇대 밑에 밭을 일궈서 농사를 짓는 이태리 이민자가 있다. (관련 글 보기 ☞ http://blog.daum.net/cahiker/1796?category=279884) 오늘도 어김멊이 체리를 데리고 그곳을 지나가는데  기다렸다는 듯 나를 보더니 오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한국사람들 중에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당연히 좋아한다고 하니 한국인들은 오이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 묻더니 먹음직스럽게 생긴 오이 세 개를 따주면서 씨앗을 받으면 나눠줄 테니 내년에 심어보라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 오이와 똑 같이 생긴 것이 옷에 쓱쓱 문질러 날 것으로 먹어도 될 것 같다.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띄는 큰 것은 껍질에서 쓴맛이 날 것 같아 마눌님 얼굴 마사지용으로 쓰고 나머지 두 개는 점심때 오이냉국을 만들어서 먹어야겠다. 

 

오이를 들고 집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다. 오이 세개에 행복을 느낀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 가끔 보는 타인종이 이름은커녕 어디서 사는지 조차 모르는 내게 힘들여서 농사지은 오이를 따서 주는 그 마음이 더없이 고맙다. 

 

나는 저사람에게 뭘 줘야 하나? 포천 이동막걸리? 진로 쏘주? 막걸리는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버릴 수도 있지만 소주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오이씨를 얻고 나면 술을 마시는지 물어보고 쏘주나 한병 갖다 줘야겠다.  

 

 

약간 누르스름한 색을 띄는 큰 오이는 껍질에서 쓴 맛이 날 것같아 마눌님 얼굴 마사지용으로 쓰고 꽃이 채 떨어지지 않은 나머지 두개는 오이 냉국을 만들어 먹을 것이다. 
옥수수
오이넝쿨이 그물 펜스를 타고 오른다. 
오이넝쿨 뒤로 보이는 토마도, 열매는 아직 익질 않았다.
수줍은 듯 넝쿨 속에서 살짝 얼굴을 보여주는 오이
노각이라 부르는 늙은 오이. 이것을 더 익혀서 씨를 받아 내게 나눠주겠단다.
호박넝쿨, 나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피는 호박꽃을 좋아한다.
넝쿨 속에 숨어있는 호박
담장을 타고 올라간 하얀 박꽃
언뜻봐도 고추인 것을 알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은 농사일을 할 수 없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 소리를 듣고 자라기 때문이다.
잎을 보아하니 콩인 것 같은데 무슨 콩인지 열매가 열리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렸을 때 많이 따먹었던 먹딸기. 까맣게 익은 열매를 우린 먹딸기라고 불렀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상대방을 주시하고 있는 체리. 녀석은 내가 가는 곳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고 따라올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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