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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뮤어 트레일

존 뮤어 트레일-9일차

by 캘리 나그네 2016. 8. 23.

 

 

아침 6시, Big Pete Meadow를 출발해 5.9마일의 오르막을 걸어 Muir Pass로 간다. Muir Pass로 가다 보면 존뮤어가 자신의 둘째 딸 이름을 붙였다는 거울처럼 맑고 아름다운 Helen Lake(11.617피트)이 있다. 긴 오르막을 올라온 탓인지 Muir Pass 정상(12.000피트)에 도착하니 통증이 심하다. Muir Hut 안과 밖의 사진을 찍고 배를 움켜쥔 채 돌멩이에 걸터앉아 있으니 조금 늦게 도착한 이사장이 웅크리고 있는 나를 보고 모여있는 미국인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하소연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혹시 Pepcid, Antacid를 갖고 계신 분이 있으신가요? 제 친구가 배가 아파서 고통이 심합니다. 도와주십시요" 이사장의 하소연을 들은 50대로 보이는 백인 부부가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두 종류의 약과 물에 타먹는 Emergen-C라 적힌 분말 두 봉지를 주며 친절하게 복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설명해 준 대로 두 알의 약을 먹고 나니 통증이 덜하고 트림이 나온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오레곤 주립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한다는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사장이 곁에서 울먹인다. "이형, 울지마세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이사장이 울먹이는 소리로 얘길 한다. "언덕을 오르면서 주먹으로 명치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아! 큰일 났구나. 이제 헬기를 불러야 되는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 교수 부부의 도움을 받아 John Muir Trail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고...

 

지금에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 나는 명치의 통증때문에 제대로 먹질 못해서 기력이 소진되어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미국인들에게도 John Muir Trail을 완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지 내게 도움을 준 교수 부부는 다음날 Bishop Pass를 넘어 John Muir Trail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한다.

 

몇번에 걸쳐 교수 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우린 정상에서 1.5마일을 내려와 Lake Mc Dermand를 지나 John Muir가 자기의 큰딸 이름을 붙였다는 Wanda Lake(11.426피트)에서 점심을 먹는다.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내며 말을 탄 두 명의 남자가 두필의 말에 짐을 싣고 간다. "이형. 저 두사람이 하는 일이 내게 딱 맞는 것 같소이다.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고 산천을 벗 삼아 유유자적 말을 타고 다니는 저 두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들 같지 않습니까?"

 

점심을 먹고 지극히 아름다운 Evolution Basin을 걷는다. 통증이 멎어서인지 트레일 양쪽으로 솟아있는 산들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이 연출하는 황홀한 풍경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기 있는 산은 모두 진화와 관계있는 생물학자들의 이름을 붙였다는 권박사의 얘길들으며 절경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니 순식간에 4.1마일을 왔다.

 

Sapphire Lake을 거쳐 Evolution Lake(10.850피트)에 도착한다. 앞으로 3.6마일을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 Colby Meadow다. 오늘밤은 Colby Meadow에서 보내고 내일은 222마일 John Muir Trail 중간지점인 Muir Trail Ranch에서 떠나기 2주 전에 부쳤던 바켓을 찾아 넣어둔 쏘주 2팩으로 그간의 노고를 달래야겠다. 가만있자.. 내가 안주로 먹겠다고 스팸 2캔과 정어리 통조림 캔도 넣었지?

 

 

 

아픈 발바닥을 상관하지 않고 Muir Pass를 오르기 위해 열심히 걷고있는 이사장  ↑

 

 

 

 

 

John Muir가 자신의 둘째딸 이름을 붙였다는 아름다운 Helen Lake(11.617피트) ↓

 

 

 

 

Muir Pass 정상에 있는 Muir Hut 앞에서 이사장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권박사 ↓

 

 

 

Muir Hut 바깥  ↑

존뮤어 트레일을 걷는 백패커는 Emergency에 한해서 Hut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실내풍경과 나  ↓

 

 

 

John Muir 가 자신의 큰 딸이름을 붙였다는 Wanda Lake(11.426피트)과 ↑  이사장  ↓

 

 

 

백패커가 부친 짐을 말에 싣고 산천을 벗삼아 원하는 지역까지 배송해주는 Delivery man ↓ ↑

사람에게 시달리지않고 근심걱정을 잊은 채 대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사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Wanda Lake(11.426피트) 끝자락에서 이사장  ↓

 

 

 

 

 

스마트폰에서 동영상보기  ☞  https://youtu.be/aQ90e15ml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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