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by Meadow에서 Muir Trail Ranch까지 약 13마일, Evolution Meadow에서 1마일을 지나 경사가 심한 0.8마일 구간을 제외하면 내리막과 평지여서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6시간~6시간 30분이면 Muir Trail Ranch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Muir Trail Ranch 오픈하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오늘은 Muir Trail Ranch에서 음식을 찾아 1마일쯤 떨어진 Blayney Hot Spring에서 몸을 담근 후 근처 캠핑장에서 스팸 2캔과 정어리 통조림을 안주삼아 소주 2팩을 마시면서 정담을 나눌 계획이다. 예상대로 Muir Trail Ranch 도착하니 12시 30분, 권박사가 영수증을 주니 우체국에서 부쳤던 바켓을 꺼내온다. 테이프로 칭칭 감은 뚜껑을 열고 절반씩 담은 음식을 꺼내 곰통을 채운다.
짐을 부칠 땐 신경 쓰지 않았던 소주 2팩과 스팸 2캔, 정어리 통조림의 무게가 상당하지만 어차피 오늘 밤에 먹어서 없앨 것이라 배낭에 넣고 매점으로 간다. 안 파는 줄 알면서 맥주나 세븐업이 있냐고 물으니 'No!' 진열장엔 배터리와 일회용 반창고, 타이레놀, Pepcid, Antacid을 비롯한 처방이 필요 없는 약품이 있다. Antacid 2알이 들어있는 한 봉지에 25센트, 나는 만약을 생각해 3불을 지불하고 12봉지를 구입한다.
공급받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우린 길을 떠나기 전에 늘 그랬듯 지도를 살펴본다. 근데 가고자 하는 Blayney Hot Spring 근처에 Camping spot이 없다. 이틀 전 마주친 나사장 일행은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근처에서 야영을 했다고 들었는데..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Blayney Hot Spring에서 남쪽으로 우리가 왔던 길을 2.1마일 되돌아가야 Camping spot이 있다.
그 사람들은 남행이어서 야영을 하고 그냥 가면 되지만 북행 중인 우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잠을 자고 아침에 다시 트레일을 따라 1.7마일을 걸어야 지금 서있는 위치와 동일한 지점이 된다. 그러니까 오늘 2.1마일, 내일 1.7마일을 보태 3.8마일의 헛걸음을 더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힘들어 죽겠는데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3.8마일을 더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사장과 권박사에게 의견을 물으니 온천은 생략하고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가 마땅한 장소가 있으면 텐트를 치고 소주나 한잔하면서 쉬어가자고 한다. 지도를 살펴보니 경사는 심하지만 Muir Trail Ranch에서 약 2.7마일을 더 가면 Senger Creek 옆에 Camping spot이 있다.
오후 2시, 배낭을 메고 Muir Trail Ranch를 나서는데 뒤쪽의 넓은 길에서 60대로 보이는 백인 부부가 걸어온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냐?" "아마 John Muir Trail로 가는 Shortcut(지름길) 일 걸?" "고뤠?" 백인 부부가 말한 지름길을 따라가니 내리막의 연속이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경사가 심한 오르막인데 왜 내리막일까?
고개를 갸웃하며 걷는데 누군가 우릴 부른다. 누구지? 부를 사람이 없는데?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니 오전에 Muir Trail Ranch로 오는 도중 만난 노인들을 안내하던 백인 청년이다. 우리가 잘못 가고 있다며 이 길은 Florence Lake로 간다고 한다. 어떻게 우릴 봤느냐 물으니 리더 영감님이 엉뚱한 길로 가는 우릴 발견하고 가서 알려주라고 했단다. 된장 헐! 소리가 나온다. 10여분을 내려왔는데...
'내가 너희들을 봤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너네들 Florence Lake까지 갈 뻔했다'라고 말하는 영감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되돌아 John Muir Trail에 진입하니 오후 3시, 걸음을 서둘러야겠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도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어서 5시를 넘겨야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다.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먹구름이 몰리는 게 불안하다. 비가 쏟아지려나? 안 좋은 예감은 왜 그렇게 적중이 잘되는 것일까? 겨우 30분을 걸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나가는 비겠지? 하고 배낭 커버만 씌우고 가는데 느닷없이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번개를 동반한 천둥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부랴부랴 비옷을 챙겨 입지만 우박과 함께 세차게 퍼붓는 비는 온몸을 적셔버린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Senger Creek 옆의 Camping spot에 도착하니 오후 6시, 그치지 않는 비를 원망하며 흙이 묻어나지 않는 풀밭 위에 부랴부랴 텐트를 설치한다. 젖은 옷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팬티만 입은 채 텐트를 때리는 빗소릴 들으며 버너 불을 쬐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편한 집을 놔두고 뭐 하는 짓인가? 내가 왜 존뮤어 트레일에 도전했을까?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 배낭 속엔 소주와 통조림이 있는데 비가 그치지 않아선지 권박사와 이사장은 조용하다. 오늘 먹어 치우지 않으면 내일은 저걸 짊어지고 온종일 걸어야 할 텐데.. "비 그치면 한잔할까요?" "오늘은 생각이 없는데요" 들려오는 대답 역시 예감을 적중시킨다. 제길 헐.. 그렇다고 혼자서 먹고 마실 수도 없는데.. 내일은 꼼짝없이 소주와 통조림, 비에 젖은 옷가지를 짊어지고 고난(苦難)의 행군을 하는 수밖에..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붙인 이사장이 Evolution Creek을 건너고 있다 ↑ ↓
여기서부터 John Muir Wilderness와 Sierra National Forest 가 시작되고
3.2마일을 더 가면 우리가 출발하기 2주 전(지금부터 3주 전)에 부쳤던 음식을 찾는 Muir Trail Ranch가 있다
Muir Trail Ranch로 가는 도중 Ranch Cabin에 묵으면서 하이킹을 하고 있는 백인 노인들을 만난다.
이사장은 노인들을 모아놓고 하이킹의 중요성과 존뮤어 트레일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여 박수를 받는다.
스티커에 가려진 파란 모자를 쓴 키가 작은 영감님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 고마운 분이다 ↓
아래 팻말이 보이는 곳에서 약 0.5마일을 내려가면 소주 2팩과 부식을 담아 부쳤던 바켓을 찾을 수 있다. ↓
Muir Trail Ranch Gate 옆에는 백패커에게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나란히 놓인 바켓은 음식을 재공급받은 백패커들이 넘치는 음식 또는 먹다 남은 음식을 구분해 바켓에 넣어두면 다른 백패커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서 가져간다 ↓ 나도 이곳에서 한국산 믹스커피 봉지를 꽤 많이 얻어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5갤런 바켓이 창고에 가득하다 ↓
이곳에서 영수증을 보여주면 컴퓨터로 확인 후 떠나기 전에 부쳤던 바켓을 찾아준다
길을 걸으며 모아둔 쓰레기는 종류별로 구분해 놓여있는 아래의 바켓에 버린다. ↓
Muir Trail Ranch 매점 ↓ 간단한 상비약과 배터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먹구름은 우박을 동반하여 내 몸을 흠뻑 적셔 버린다 ↓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보기 ☞ https://youtu.be/C7 G8 iTUH7 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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