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이는 글

친했던 후배를 보내며

by 캘리 나그네 2020. 3. 1.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원수(怨讐)가 되어 헤어지는 일이 생긴다. 다시는 상종하지 않을 것처럼 헤어져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처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人生事)다. 


사람을 만났을 때 이별을 염려하듯 헤어질 때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베풀면서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이 이별을 할 때 후회스럽지 않고 다시 만났을 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불교(佛敎) 법화경(法華經)에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自然)의 이치(理致)와 같다는 의미다. 


부처가 열반(涅槃)을 예고하자 제자(弟子) 아난존자(阿難尊者)가 슬퍼하였다. 부처께서 아난에게 말했다. “인연(因緣)으로 이루어진 세상 모든 것들이, 은혜(恩惠)와 애정(愛情)으로 모인 것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의례 그런 것이거늘 어찌 슬퍼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다시 만날 수 있는 이별은 슬픔이 덜 하겠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은 깊은 슬픔과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즉공(空卽空)으로 변하고, 죽으며, 나 역시 죽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攝理)다. 


지나온 삶이 허망해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회한(悔恨)의 눈물을 짓는다던 후배가 저 세상으로 갔다. 떨어진 나뭇잎은 거름으로 변해 봄과 함께 초록으로 돌아와 이별을 보상해주지만, 한번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못견디게 슬프다고 말하던 후배.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2세, 3세들이 있어 대신해 줄 것이기에 자신은 죽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던 후배에게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후배들이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안타깝다. 훗날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재회할 수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먼저 가버린 후배를 위해 기도해준다. 아우야!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픔없는 세상에서 영면(永眠)하시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