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뒷마당에서 바라본 하늘이 더없이 아름답다. 나는 이렇게 파란 하늘을 바라볼 때면 고등학교 2학년 어느 가을날 오후를 떠올리곤 한다.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오신 국어선생님은 월말고사 대신 "하 늘" 이란 주제로 시(詩)를 써서 제출 하라신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얼씨구나 저절씨구!' 쾌재를 부른다.ㅎ 이렇게 쉬운 걸로 월말고사를 대신 하시겠다고? 시인(詩人)을 꿈꿨던 나는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펜을 들어 거침없이 한편의 시를 써내려간다.
하늘
하~늘
하~~늘
하~~~늘
하~~~~늘
하~~~~~늘
아~ 써거질.. 남빛 가을하늘 처럼 순수하고 순결한 시심(詩心)을 담았던 나의 명시(名詩) '하늘'은 국어선생님에게 모가지 핏대가 터져버릴 듯한 분노를 주었나 보다.
정동교회당에 걸려있는 종을 치듯이 내 귀싸대기를 올려부치는 국어선생님. 나는 싸대기를 올려부치는 무지막지한 선생님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로 몇번에 걸쳐 교실 끝에서 끝으로 왕복한다.
된장헐... 그때 선생님께서 내가 쓴 시(詩)에 공감해주고 격려의 말씀 한마디만 하셨어도 지금쯤 교보문고 진열대 위에는 내가 쓴 시집(詩集)이 한권쯤은 놓여있을텐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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