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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문 곳

이른 아침 Mission Peak산행

by 캘리 나그네 2017. 9. 13.


 아침 5시 40분,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 Family Room으로 간다. Family Room 바닥에 깔린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던 체리는 뛰어난 청각과 후각을 자랑하듯 미세한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몸을 일으켜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더니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반기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귓속말로 속삭인다. "체리야. 아빠 Mission Peak 갈 건데 너도 갈래?" 좋다고 하는 건지 싫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연신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는 녀석에게 Harness를 채우고 여섯병의 물과 녀석이 먹을 간식을 챙겨 집을 나선다.


 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해남 대흥사 앞에 있는 여관(유선장?)의 진돗개는 투숙객이 등산을 할라치면 앞장서서 안내하고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산을 오른다고.


 우리 체리도 앞장서서 산을 오르다 내가 따라가는 기척이 없거나 보이지 않으면 잽싸게 되돌아와 확인하고 갈림길이 나오면 기다릴 줄 아는 영특한 녀석이다. 뒤쳐진 마눌이 보이지 않을 땐 "체리야. 엄마하고 같이와야지?" 하면 왔던 길을 쏜살같이 뛰어가서 마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오는 충성심이 대단한 녀석이다.


 이른 아침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걸을 때면 녀석이 곁에 있어 든든하기 짝이 없다. 사람은 작은 이익을 위해 뒷통수를 치고 좋았던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하지만 말 못하는 개는 주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충성을 다하는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옛날 어르신들은 못된 사람을 일컬어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다. "개만도 못한 인간" 이라고...



내가 걸어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되돌아보니 먼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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