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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3월-장석주

by 캘리 나그네 2026. 3. 2.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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