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집안의 조용한 구석진 곳 어딘가
나를 편하게 품어주는 공간을 찾아
입닫고 나만의 휴식을 가질 것이다
창문 너머로 보는 햇살이 눈부시다
슁 하고 달리는 차소리가 들려온다
바람 따라 느릿느릿 떠가는 구름은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을 정리해 준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큰 大 자로 널브러져 있어도 된다
누렇게 색이 변한 오래된 책을 꺼낸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넘기는 책장에는
작가의 숨결과 깊은 고뇌가 담겨있다
고단한 삶이 있고 서글픈 사랑도 있다
작은 글자에 집중하니 눈이 시리다
이제 맥주 한 캔의 휴식이 필요하다
손가락을 곧추세워 키보드를 누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표현이 어렵다
창밖 파란 하늘을 보며 멍을 때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어느 주말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편한 공간에서
기억에 남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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