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력 삼월 삼짇날이 지난 4월의 봄
울타리 앞 무리 지어 있는 개나리는
앙증맞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허리 곳곳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홍자색(紅紫色) 진달래가 화려하다.
겨울을 피해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오고
부슬부슬 차가운 봄비 오는 날이면
엄니는 머리에 작은 수건을 두르시고
몸빼 바지 홑 겉적삼이 흠뻑 젖도록
집 앞 텃밭에 채소 모종을 하셨다.
'엄니, 날 좋을 때 숭제 비 맞고 숭그요'
'비 올 때 숭거야 안 죽고 잘 큰단다'
※ 숭거야: 심어야

2025년 4월 2일 작은 텃밭에 깻잎 모종을 옮겨심었다. 나는 울 엄니처럼 비를 맞으며 모종을 심지 않는다. 비가 갠 날 심어도 살 놈은 살아서 내 입을 즐겁게 할 것이고 죽을 놈은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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