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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는 글

내려놓은 삶

by 캘리 나그네 2022. 11. 27.

국화
꽃을 좋아하셨던 장모님 영전에 초겨울 서리속에 핀 국화를 바친다

 

부르지 않았어도

재촉하지 않았어도

다가온 겨울 앞에서

삶의 끈을 놓으셨다

 

꿈 많던 시절이

그리우셨나

불어 올 찬바람이

싫으셨나

 

나무는 옷을 벗고

사람은 옷깃을 여미는

스산한 날에

봄을 기다리는

새색시 되어

먼 길을 떠나셨다

 

사랑과 미움

미련과 아쉬움

좌절과 희망 속에서도

부끄럼 없이

열심히 살아오신 삶

 

때가 되면 내려놓고

비워야 하는 게

인생이라 하시며

발걸음 가비얍게

모든 걸 내려놓고 가셨다

 

봄날의 소녀처럼

연분홍 미소를 띠며

좋은 세상에서 보자는

한마디 말 남기시고

초록빛 새가 되어

그렇게 가셨다

 

- 나 그 네 -

 

장모님이 주셨던 100불.

 

2014년 6월, 큰사위 생일이라고 집에 오셨던 장모님은 소주 한잔 하라면서 내 손에 100불 한 장을 쥐어주셨다. "어머님, 이왕 주실 거면 1,000불을 주시지 겨우 100불을 주세요? 100불은 액수가 적어서 제 양에 안차닌까 어머님 쓰세요"라고 사양을 해도 우격다짐으로 돈을 쥐어주시던 장모님.

 

성질은 고약스러워도 농담 잘하고 마음이 통한다고 나를 좋아하셨던 장모님이 2022년 11월 25일(금) 오후 12시 20분, 9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드셨다. 나는 장모님에게 "어머님 돌아가시면 100불어치 장미꽃을 사서 영전에 올려드릴게요"라고 말했었고 지금껏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다. 이제 8년이 넘도록 묵혀뒀던 돈을 꺼내서 장모님 영전에 장미꽃을 올려드릴 것이다. 

 

 

국화
아픔없는 세상, 더 좋은 세상에서 어머님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지시길 기원해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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